[국감] “한전기술㈜, 원전 부실 검증 부추겼나”

노웅래 “재실험 과정 서류 위조 공급자 판단 반영 강요”

2013-10-21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는 기기와 부품의 성능을 최종 검증해야 할 한국전력기술㈜(이하 한전기술)가 오히려 부실 검증을 부추긴 정황이 드러났다. 서류 위조가 드러난 공급자의 판단을 재실험 보고서에 반영하고 결론이 ‘적절’하다고 기술할 것을 재실험기관에 강요했다.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21일 한국기계연구원 국정감사에서 한전기술의 부실 검증 사례를 보여주는 문건을 공개했다.문제의 문건은 검찰 수사결과 내진검증보고서 등 성능검사서를 다수 위조한 것으로 드러난 새한TEP의 서류 위조 원전 부품 성능을 재실험하는 과정에 재실험기관인 한국기계연구원에 한전기술이 보낸 의견서 중 일부다.지난 7월 한국기계연구원은 피동 촉매형 수소제거장치인 PAR의 기기 성능 실험을 제작사인 세라콤으로부터 의뢰받았고, 7월 31일 실험 결과를 세라콤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그리고 보고서의 기술적 내용 승인권을 가진 한전기술 측에 보냈다.한수원은 보고서를 검토한 후 ‘EQ profile 요건 만족 여부에 대하여 공급자의 판단을 기술 요망’, ‘시험결과에 대한 최종 결론이 누락’되었다며, ‘부적합 사항에 대한 영향 및 이에 대한 조치가 적절함을 기술 요망’ 등의 의견을 한국기계연구원에 전달했다.이에 대해 노웅래 의원은 “‘공급자의 판단’은 실험 결과와 아무런 상관없는 부분인데, 결국 공급자(제작자) 의견으로 보고서가 작성되기를 바란다는 것과 한 발 더 나아가 결론이 ‘적절’하다고 나와야 한다는 것을 강요하는 것과 같은 셈”이라고 설명했다.한전기술로부터 의견을 전달받은 기계연구원은 실제 1차 보고서에 없던 결론 부분을 추가해 수정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부품 비리 문제를 야기한 ‘공급자’의 의견을 보고서에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보고서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기계연구원은 또한 예비실험 단계에서 수소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폭발’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해 1차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기술했으나, 제작자이자 실험 의뢰자인 세라콤으로부터 ‘폭발’을 ‘폭연’으로 수정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수정보고서에서 ‘폭발’을 ‘연소’로 바꿨다.노 의원은 “문제가 된 부품을 공급해 재실험을 당하는 당사자가 실험자에게 실험 중 발생한 문제점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기술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한 셈”이라며, “한수원은 일부 직원의 비리, 검증업체의 서류 위조 등이 원전 비리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기계연구원 실험 결과 보고서 수정과정에 나타나듯 진짜 비리의 주인공은 한수원과 한전기술 같은 원전 마피아”라고 주장했다.노 의원은 또한 “이번 논란은 원전설비인 PAR에 대한 실험 경험이 없는 기계연구원이 규격대로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뒤집어 보면 기존의 원전 분야 성능 실험이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노 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단순히 서류의 위조 여부 정도를 조사해 원전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원전 측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 부품의 실제 성능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