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칼럼] 집권여당 대표의 조건

2023-01-12     매일일보 기자
김용태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치열하다. 당원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다는 명분으로 전당대회 룰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당원의 총의를 고민하기보다는 그저 윤심을 쫓기에 바쁜 모습이 안타깝다. 모름지기 집권여당의 대표가 되고자 한다면 새해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꺼낸 3대 개혁과제를 입법적으로 어떻게 실행해 나갈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지만, 그저 대통령과의 친분만을 과시하려 하는 일부 당권 주자들의 수준이 부끄럽다. 

새로운 국민의힘 지도부의 임무는 명확하다. 다가오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정과제를 뒷받침해야 하며, 그 속에서 집권여당은 대통령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부여된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여당 구성원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가오는 전당대회는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지금 한가롭게 대통령과의 친분을 따질 때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당 대표가 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하지만, 그저 한 몸이 되겠다는 건 정무적으로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00과 80중에 80의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 가령, 대통령실에서 요청하는 100가지 일 중에 100가지 일을 모두 처리할 것 같은 당 대표는 어떤 당무를 하더라도 잘못된 결과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이 대통령에 전가될 것이다. 심지어 한목소리만 강조하다 보니, 정부가 잘못된 판단을 하더라도 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운명공동체를 강조하다보니 국민의 상식을 거스르는 결정에도 그저 문재인 정권 옹호만 부르짖다 선거로 심판당하지 않았나. 

반면 100가지 일 중 80가지 일만 처리하는 당 대표는 대통령실의 협조로 당무를 처리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대통령이 어느 정도 자유로울 것이다. 또 나머지 20으로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된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쓴소리가 필요할 땐 쓴소리도 내며 국정 운영을 도와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의중이 있는 후보라 할지라도 대통령을 위해 그 뜻을 숨겨야 하는 법인데, 일부 후보들은 오직 대통령과의 친분을 팔아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 겉으로는 대통령을 위하는 듯 보이지만 종국엔 대통령에게 해가 갈 수 있다. 무엇이 국민과 대통령을 위한 길인지는 역사가 알려주고 있다. 

전당대회까지 2달여 시간이 남았다. 누가 국민을 위하고 정권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후보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진정 실력으로 승부하는 합리적 당 대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