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는 빚 갚고 기업은 빚냈다

가계대출 2.6兆 줄어...연간 기준 사상 첫 감소 자금수요 급증에 기업대출은 104.6兆 불어나

2024-01-12     이광표 기자
지난해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등으로 자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대출이 104조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대출은 2.6조 원 줄어들었다. 가계대출이 연간 기준으로 감소한 건 사상 처음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1170조 3145억 원으로 전월 대비 9조 3551억 원 감소했다. 기업대출이 감소한 것은 2021년 12월 이후 12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기업대출은  104조 600억 원 증가하면서 2020년(107조 4000억 원) 이후 최대로 늘었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차장은 “향후 기업대출 수요는 계속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도 기업대출이 감소 전환한 것은 연말 재무비율 관리 등을 위한 일시상환,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대기업 대출은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 등으로 6조 1000억 원 감소했다. 중소기업 대출도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가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계절 요인이 반영되면서 3조 3000억 원 줄었다.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만큼 기업대출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자금시장 불안은 다소 완화되는 양상이다.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는 12월 중 6000억 원 늘면서 우량물 중심으로 4개월 만에 순발행 전환했다. 기업어음(CP)·단기사채도 1조 5000억 원 늘면서 우량물 중심으로 순발행이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 829억 원으로 전월 대비 3126억 원 늘면서 4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2조 8000억 원 감소했으나 주택담보대출이 3조 1000억 원 늘어난 영향이다. 주담대는 전세자금 수요 부진에도 집단대출 증가에 안심전환대출 실행 등으로 개별주담대 취급이 늘면서 증가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은 2조 6000억 원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황 차장은 “지난해 높아진 금리 수준이나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가계대출이 완만하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올해도 높아진 금리 수준과 가계부채 규제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은행 수신은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한달 새 15조2000억원 감소했다. 연말 재정집행에 따라 지자체가 자금을 인출하고, 은행간 수신경쟁이 완화되면서 가계 및 기업자금 유입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정기예금은 전월 대비 15조1000억원 감소했고, 수시입출식예금은 가계의 연말상여금 예치 등이 늘며 11조6000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