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ㆍ자영업자 대출 눈덩이…경기침체에 '부실폭탄' 터진다
1년 새 부실징후기업 16% '쑥'..."하반기 고비 온다"
자영업자 대출 1014조...금융지원 소멸시 연쇄부실
2024-01-12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작년 한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역대급으로 불어나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에도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경기둔화가 본격화될 거란 전망 속에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금융지원책마저 종료되면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부실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부실화를 막기 위한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금융기관의 중소기업대출은 15.0% 늘어난 1480조4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정책에 더해 운전자금까지 말라붙으면서 중소법인은 15.7% 늘어난 819조4000억원, 개인사업자는 14.1% 증가한 661조1000억원까지 팽창했다. 대기업대출 역시 14.8% 늘어난 239조2000억원에 달했다.
물론 지표상 국내 기업대출의 건전성은 아직 준수한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 기업대출(원화대출) 연체율은 0.26%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월(0.60%) 대비로도 0.3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지표는 '착시효과'라는 게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평가다. 대출 잔액이 늘어나면서 분모가 커진 데 따른 기저효과에 더해 정부가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영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의 체력도 약화하고 있다. 특히 경영악화는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21년 13.6%에서 지난해 상반기 12.4%로 소폭 둔화했으며, 이자보상배율 취약기업 비중은 2021년 말 기준 48.4%에서 49.7%로 소폭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기업이 영업으로 거둬들인 이익(영업이익) 중 얼마를 이자 비용으로 지불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2년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따르면 2022년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총 185개사였는데 이중 183개 사가 중소기업, 2개 사가 대기업이었다. 대기업은 전년 대비 1개 사 감소했지만, 중소기업은 26개사가 증가해 큰 폭으로 늘었다.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은 지난 2020년 153개, 2021년 157개로 매년 증가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대출은 마진폭이 크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큰 만큼 은행으로선 올해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하반기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대출 역시 뇌관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금융기관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었다. 물론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코로나19 만기연장·이자유예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0.19%의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잠재된 부실 규모는 상당한 편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 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비스업 경기 둔화와 정부 금융지원조치 효과 소멸 등을 가정하면 자영업자의 부실위험률은 최고 19.1%까지 오를 것으이라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에 따른 부실위험규모도 15조~19조5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응하는 자영업자들의 기초체력도 부실한 편이다. 자영업자대출의 담보물을 살펴보면 부동산 비중이 69.6%로 비자영업자(55.3%)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마저도 환금성이 낮은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 비중(29.2%)이 비자영업자(9.9%)의 3배에 육박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 상황에 빠져든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의 기초체력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음식점‧숙박업‧도소매‧기타서비스업 등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상당수 자영업자는 내년 매출과 순익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의 평균 대출금액은 약 9970만원으로, 부담하고 있는 평균 이자율 수준은 연 5.9%로 집계됐다. 특히 응답자 중 21%는 연 8%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었다. 또 자영업자의 21.2%는 내년도 경영 애로점으로 '고금리 지속, 만기도래 등 대출상환 부담'을 꼽기도 했다.
한은도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의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 선행될 필요성을 강조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소득 기반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가운데 자영업자대출이 취약차주와 비은행권 취급 대출 위주로 빠르게 늘어나면서 관련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자영업자대출 부실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실우려가 큰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상차주에 대해서는 금융지원 조치의 단계적 종료와 만기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전환을 통해 부실위험을 줄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 그간 수차례 유예해 왔던 금융지원 조치 종료로 사업성이 우수한 자영업자가 자금 애로를 겪지 않도록 미시적인 정책적 배려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