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경쟁 자제령에 ‘5% 정기예금’ 실종
5% 넘던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이율 3%대로
2023-01-15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지난해 대부분 연 5%대 금리를 제공했던 은행 정기예금 상품을 올해는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 초부터 수신 상품 금리는 3%대로 뚝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 권고를 받은 은행권이 채권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정기예금 의존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금리 연 5%로 제공하는 은행상품은 BNK부산은행의 ‘더(the)특판정기예금’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의 금리도 연 5%를 기록했으나 지난 12일부로 0.3%포인트(p) 인하됐다.
시중은행의 수신상품은 4%대로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첫 거래 고객을 위한 상품이 5%대를 제공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3~4%대 이자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은 3.78%,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3.98%, 신한은행의 ‘쏠편한정기예금’과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4.0%,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4.10%,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 4.4% 등이다.
은행 수신 상품 금리가 하향 조정된 티핑포인트는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 당부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통해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부터 시중은행이 수신금리 동결에 나섰고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채권 유동성을 회복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의 자금조달 방법으로는 예‧적금 등 수신 상품과 은행채 발행 등이 있다. 작년 12월 은행채 발행이 재개됐고 금리는 5%대를 기록했던 11월에서 1%p 이상 내렸다. 은행 입장에서는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셈이다.
이달 한은의 베이비 스텝(금리 한 번에 0.25%p 인상) 소식에도 수신금리는 요지부동 제자리일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정기예금 인기는 빠르게 식을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8조4366억원으로 한 달 새 8조8620억원 줄었다. 1년 전에 비하면 163조원 이상 늘었지만 9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빠른 시장 냉각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