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의 敵 ‘치매’… 주목해야 할 국산 기술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 FDA 신속 승인… 듀켐바이오 주목↑ 아리바이오·젬백스앤카엘·브이티바이오, 치매 치료제 성과

2024-01-15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속 승인을 받으면서, 인류 최대의 적인 ‘치매’가 정복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치료제의 개발과정에서 국내사의 의약품이 사용된데다가 일부 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치매 치료 연구에 접근한 만큼, 향후 한국이 치매 분야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레카네맙의 개발 과정에서 사용된 듀켐바이오의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레카네맙은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듀켐바이오는 해당 약품의 국내 임상 과정에서 5년간 약 200명분 이상의 방사성의약품을 공급한 바 있다. 레카네맙이 치매 유발 물질로 ‘아밀로이드 베타’를 가설로 내세우면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아밀로이드 베타 밀도를 이미지로 정확히 나타낼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듀켐바이오는 ‘비자밀’ 등을 중심으로 현재 국내 치매 이미지 진단 시장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레카네맙의 신속 승인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더욱 견고해지면서 개선된 2세대 혹은 3세대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성화 될 것이라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의 연구개발 과정에서도 방사성의약품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레카네맙 신속 승인으로 치매 치료제 본격적 상용화가 이루어지면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치매진단 방사성의약품 수요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레카네맙의 안전성에 대해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까지 레카네맙의 임상3상 시험 참가자 중 3명이 뇌졸중, 뇌부종 등의 증상을 겪은 뒤 사망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지난해 ‘논문 조작’ 의혹으로 논란이 있었던 것도 문제로 꼽힌다. 앞서 관련 기전의 약물들은 시장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바 있다. 바이오젠의 치매 치료제 ‘아두헬름’에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크레네주맙’ 임상에 실패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기전의 실패를 대비해, 국내 벤처 바이오 기업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근 차세대 치료 물질 개발에 성과를 보였다. 국내에서 치매 치료제에서 성과를 보인 기업은 아리바이오와 젬백스앤카엘, 브이티바이오 등이 있다. 특히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다중기전 치료제’는 국내외 학회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FDA와 치매치료제 AR1001의 임상 2상 종료 미팅도 완료했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의 미국 임상 3상 시험에서 첫 환자에 대한 투약이 지난달 23일 이뤄졌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회사 측은 국산 치매 치료제 미국 3상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 제거만 목표로 한 기존 치료제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오는 9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공식 초청받아 참가할 계획이다. 젬백스앤카엘의 GV1001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침착 억제, 항암, 항산화 효과 등 다양한 기전이 확인돼 근본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국내 3상과 미국 2상의 임상시험계획승인(IND)을 마치고 임상에 돌입할 방침이다. 브이티바이오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관계없이, 면역조절 핵심세포인 조절T세포를 이용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 개발에 착수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치매 치료제의 관건은 가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레카네맙의 도매 기준 가격은 연간 2만 6500달러(한화 약 3300만원)로, 초고가약이다. 서울 공공의료기관 의료인은 “고령화 인구가 늘면서 치매 인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가 치매 치료제의 보험 적용은 막대한 재정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미리 관련 기업을 지원해 사전에 약가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