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IIHS 충돌평가 재현된 현대차 남양연구소 현장
아이오닉 5, 시속 64km로 100톤 구조물 충돌
충돌 시험 후 최종 평가는 ‘최우수 등급(Good)’
백창인 통합안전개발실장 “더 높은 안전 성능 목표”
2024-01-15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5, 4, 3, 2, 1"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 울려 퍼진 사회자의 카운트다운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찰나의 순간,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시속 64km로 내달리다 100톤(t)의 구조물을 박았다. "쾅" 엄청난 굉음은 투명 유리막을 뚫고 귓가를 울렸다.
지난 12일 현대차그룹 충돌 테스트 미디어 공개 행사에서 '의도된'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해당 충돌은 차량 전면의 40%를 벽에 충돌시켜 차에 탄 사람의 충돌 안전성을 테스트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차량 내 값비싼 인체모형(더미)을 태웠다. 운전석에는 남성 더미를, 후석에는 여성 더미를 앉혔다.
충돌 시험 후 우선 육안으로 살펴봤다. 에어백 사이로 보인 이들 더미는 큰 상해가 없어 보였다. 차량 손상의 경우 전면 좌측 40% 충돌의 여파를 그대로 남겼다. 운전석쪽 타이어가 주저앉았고, 차량 좌측 프런트의 40%가량이 파손됐다. 이외 연기 등의 특이점은 없었다.
공식 시험 결과는 △도어 정상 열림 △에어백, 시트벨트 정상 기능 △승객 공간 유지 △고전압 절연저항 정상 △전해액 누유 및 연기 미발생 등으로 정리된다. 현대차그룹은 "차체변형량과 더미 상해 수준에서 'Good' 등급을 달성해 최종 평가는 최우수 등급인 'Good'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 해당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훌륭함(Good)'을 받았다. IIHS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지난해 IIHS 평가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최우수 등급인 'TSP+(Top Safety Pick Plus)'와 우수 등급인 'TSP(Top Safety Pick)'를 총 26개 차량에서 획득하면서다. 실시간 충돌 테스트 공개 행사를 기획한 것부터가 자신감의 표현이란 해석에 무리가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현장에 나온 남양연구소 관계자들은 자신만만하기보다 안정성에 완벽을 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일부 한계점을 인정하는 겸양을 보였다. 안전과 직결된 중책을 맡은 이들에게선 결연한 의지마저 엿보였다.
행사 현장에 참석한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시속 100km 이상 초고속 전기차 충돌에선 구조적으로 방재에 한계점이 있다"라며 "현재로선 100% 보완에 어려움이 있지만 엔지니어링적으로 고도화된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은 안전성 향상을 위해 차체‧배터리 연결성 강화와 패키징 레이아웃 개선, 열 폭주 방지 기술 및 사전 진단기술 고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화재 위험도가 낮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상무)은 "차량 출시 전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여차례 이상 진행하고 있고, 충돌 시험 전엔 버추얼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충돌 해석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보다 높은 안전 성능을 목표로 차량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평가가 진행된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은 2005년 12월 준공됐으며, 4만m²(1만2100평)의 시험동과 2900m²(877평)의 충돌장을 갖췄다. 실차를 활용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충돌시험장은 100t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 트랙으로 구성된다. 최고 속도 100km/h, 최대 5t의 차량까지 시험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