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 대통령의 '자유' 없는 '자유주의'
'홍철 없는 홍철팀'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종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나온 것인데, 말 그대로 '홍철팀'에 무한도전 멤버 노홍철이 없는 우스운 상황을 표현했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이후 'OO 없는 OO'라는 형식으로 변주돼 인터넷상에서 유행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노홍철처럼 주인공이 되어야 할 대상이 없는 상황이거나, 어떤 상황에서 핵심이 빠져 있는 모순을 지적할 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핵심이 없는데 있다고 착각하는 작금의 우리 정치권에도 이 표현을 대입하면 '자유 없는 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9개월 동안 그토록 자유를 부르짖고 있지만, 사회 분위기는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윤석열차'라는 제목으로 윤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 작품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 경고'하는 일이 있었고, 행정안전부는 부마민주항쟁 국가 기념식에서 공연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가수 이랑의 곡 '늑대가 나타났다'의 가사를 문제 삼았다. '검열' 논란과 함께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자유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이 법학과에 진학한 이유로 학창 시절 읽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 있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의 사상적 뿌리가 되는 책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다. 취임사에 '자유'를 그토록 갈구한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총 3300여자 분량의 전체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는 35번이 등장한다.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자유는 33번, 유엔 총회 기조 연설에서 21번의 자유가 나오는 것을 보면 자유를 향한 윤 대통령의 일관된 애정은 진심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이처럼 자유를 사랑하는데 자유가 증진된다는 기분이 드는 게 아니라 '자유 없는 자유주의' 상황이 반복되는지 의문이다. 고등학생의 풍자 그림이나 윤 대통령이 취임하기 1년 전에 발매된 노래의 가사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거나 정부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불편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자유를 침해하는 건 자유주의자인 윤 대통령의 철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2023년 새해에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진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밀의 <자유론>을 다시 펼쳐보길 바란다. 밀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라는 절대적 조건을 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밀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석열차'와 '늑대가 나타났다'는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그러면 그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권력에 의해 발생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자유론>과 더불어 에드먼드 포셋의 <자유주의>라는 책도 함께 윤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정치 전문 기자인 포셋은 자유주의가 발현하는 양상은 다양하지만 공통적 이념으로 △갈등의 불가피성 △권력의 견제 △인간의 진보 △어떤 존재에 대한 국가의 존중 등을 강조한다.
특히 마지막 네 번째 속성에 밑줄을 긋고 싶다. 올해는 시민에 대한 존중, 재난 희생자들에 대한 존중, 노동조합에 대한 존중을 좀 더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야 '자유 없는 자유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 그 자체가 우리 사회에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