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R&D 투자에도 ‘기술유출 리스크’ 여전
글로벌 경쟁력 갖춘 반도체 분야 해외 기술유출 증가세
일본·대만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 이뤄져… 법제화 필요
2023-01-16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김혜나 기자] 국내 중소벤처기업 기술유출 리스크가 최대 난제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만큼, 기술창업 활성화를 비롯한 각종 R&D 지원 및 보호정책이 시급해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가 R&D 예산은 지난해 29조8000억원에서 9000억원가량 증액된 30조700억원으로 확정됐다. R&D 지원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상품에 적용하거나 기술 자체를 수출하며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기술을 개발해도, 기술유출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검찰청의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건수를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최근 약 5년간 총 112건으로 집계됐다. 112건 중 중소기업이 68건, 대기업 35건, 대학과 연구소 등이 9건으로 중소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사건은 36건에 달한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분야의 해외 기술유출이 2016년 1건에서 2019년 3건, 2022년 9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 주요국은 기술 유출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 및 대만보다 처벌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국가안전보장전략’에 고도 첨단기술 유출 방지와 반도체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공급망 강화 등을 담기로 했다.
대만은 중요산업 영업비밀과 국가핵심기밀 유출 시 최고 5년 징역형에 처하는 법과 다른 나라에 핵심기술을 넘기는 행위에 대해 최고 징역 12년을 내리는 법을 마련한다.
이에 우리나라도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은 국가핵심기술·산업기술·방위산업기술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으로 유출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며 “해외 기술유출 범죄가 성립하려면 ‘외국에서 사용되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가 까다로워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상황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관련 법원의 판결은 1심 재판 81건 중 집행유예가 39.5%로 가장 많았다. 무죄가 34.6%, 벌금 등의 재산형은 8.6%이다. 실형 선고는 6.2%에 그쳤다.
업계는 첨단기술의 중요도가 날로 증가하며 기술유출로 인한 기업의 타격도 커지고 있는 만큼 법원 판결과 처벌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특허청은 국가 핵심기술 유출과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9년 3월 기술경찰 수사 업무를 개시했다. 향후 첨단기술 유출 범죄가 계속되는 상황을 감안해 기술경찰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