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다. 두 나라는 서로 여러 가지 군사적인 협력을 하고 많은 군사적 정보 기술을 공유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UAE 순방 중인 16일 현지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방문해 한 말이다. 큰 일 날 말이다.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이 북한이라는 문장 자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속 뜻이다. 자칫 UAE의 적 이란과 우리의 적 북한을 동일선상에 놓으면서 이란도 우리의 적이라는 논리가 성립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교는 이른바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한 정치적 행위다. 그런데 대통령은 순식간에 두 국가를 적으로 만들었다. 한국과 이란은 1962년 수교를 맺은 국가다.
대통령실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과 이란과의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우리 장병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이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덧붙였다.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이란과 우호관계에 있는 대표적 국가가 레바논이다. 레바논에는 우리 국군의 동명부대가 파병돼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설명을 그대로 적용하면 대통령이 만약 레바논 순방에 나서 동명부대를 방문하면 '레바논과 우호관계가 있는 국가는 이란으로 그렇게 따지면
이란의 적은 UAE다' 그리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라는 논리로 연결된다. 레바논의 동명부대는 적에 파병된 군대라는 말인가. 논리의 비약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런 비약적 해석이 가능한게 외교무대다.
때문에 윤 대통령의 발언은 순식간에 이란과 레바논을 적으로 간주한다는 오해를 부를만한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외교적 수사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한마디 한마디가 국가와 국가간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도 하고 소원하게 하기도 한다. 그런 차원에서 윤 대통령의 장병 격려 발언은 치명적 실수다.
뿐만 아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도 논란을 일으켰다. 윤 대통령이 15일 아부다미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UAE 국가가 연주되자 가슴에 손을 얹었다. 국가가 나올 때 손을 올리는 국가가 있고, 정자세로 있는 국가가 있다. 저마다의 관례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정작 UAE 국가가 울릴때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비서진은 아무도 자국 국가 연주때 손을 올리지 않았다. 나아가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 국가가 나올 때에도 손을 올리지 않았다.
논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때부터 있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상대국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윤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순방때 상대국 국가가 연주될 때 손을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국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는 탓이다.
외교적 언행은 앞서 말했듯이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실수를 하면 실수라고 인정하고 즉시 바로 잡는게 그나마 논란과 파장을 최소화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감싸고 돌 뿐이다.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행정부 수반이자 국군통수권자이며, 국외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다. 국내에서 대통령이 실수를 한다고 가정하면 그나마 이는 어느정도의 정치적 공방과 논란을 자초하더라도 수습이 가능하다. 하지만 외교는 다르다. 상대국이 있고, 연결된 다른 국가가 있고, 이는 곧 국익의 훼손을 의미하며, 국격의 추락을 뜻한다.
곧 스위스의 다보스 포럼에 대통령이 참가한다. 타국 국가가 울리는 행사가 있다면 손을 올려야 할 것이다. 그보다 또 무슨 사고를 칠지 가장 조마조마하다. 밖으로만 나가면 실수하는 대통령을 보는 마음이 꼭 어린아이 물가에 내놓은 마음같아서야 되겠는가. 그를 감싸기만 하는 대통령실도 한심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