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빼면 ‘실손청구간소화’ 될까
간소화 TF, ‘심평원 제외’ 의료계 요구 수용
2023-01-17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의 최대 걸림돌이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중계기관에서 제외되면서 관련 제도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의료계는 심평원에 비급여 항목 노출을 우려해 간소화를 반대해왔다. 그러나 심평원을 중계기관에서 제외하자는 의료계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간소화 제도 도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의 주관으로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보험사, 의료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실소보험청구간소화 태스크포스(TF)는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했다. 의료계는 지난해 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히며 전제조건으로 심평원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곧바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이 의료비 증빙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비를 지급한 후 보험금 청구서류를 작성하고 필요서류(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를 구비해 보험회사에 방문, 팩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청구하고 있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가 10여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과 보험회사에 대한 민원이 의료계로 향할 가능성 등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인해 심평원에 각 병원의 비급여 항목이 쌓이면 과잉진료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국민 여론에 몰리자 의료계는 결국 백기를 들어 올렸다. 심평원은 전국의 병원과 약국의 전산망을 관리하며 건강보험 지급의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를 활용하면 새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실손보험은 3900만명이 가입한 사실상 제2의 의료보험이다. 해마다 실손청구를 위해 서류 4억장 이상이 발급된다. 이를 위해 쓰이는 종이는 나무 4만그루에 달하는 양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30%에 해당한다. 제도 도입이 3년 지연될수록 여의도 면적의 나무가 사라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