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피해 연 1조 달해도 손놓은 국회…"범죄자 돕는 격"

12건 법안 계류중...피해액 급증 속 개정 논의는 '하세월' 업계 "현행법 무용지물"..."포상금만 늘릴 뿐 환수율 저조"

2024-01-17     이광표 기자
보험업계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보험업계 숙원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국회 통과가 또다시 좌절되는 분위기다. 올해 첫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보험사기액이 연 1조원에 달하고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관련법 개정은 국회가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등 10명 의원이 발의한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 등을 말한다. 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과 함께 환수할 수 있는 소멸시효를 법에 명시하는게 골자다. 17일 보험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날 법안심사의 핵심 안건은 ‘디지털자산법 제정’인 만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사기방지법 등 주요 보험 관련 법안은 모두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의 경우 최근 보험사기 문제가 확산되며 국회가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특히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다른 이슈에 밀려 논의가 되지 않았지만 안건으로는 상정되며 법안 논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이달 법안심사에는 논의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지만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으며 법안 개정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보험사기는 보험금 누수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 등의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근절돼야 할 사회적 문제로 꼽힌다. 하지만 2016년 보험사기방지법이 제정돼 시행된 후에도 보험사기는 더 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액수와 적발인원은 지난 2017년 7302억원, 8만3535명에서 2021년 9434억원, 9만7629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사기액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갈수록 보험사기 수법이 지능적이고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보험사기특별법에는 환수한다는 조항이 없어 사실상 보험사기 방지 효력이 없다.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보험사기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금액의 환수율은 손보업권이 15.2%(3조8931억원 중 1267억원 환수), 생보업권이 17.1%(3583억원 중 319억원 환수)에 그쳤다. 강 의원실 측은 “보험금 환수는 최종 사법조치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환수가 된다”며 “종료시점까지 장시간이 걸려 지급보험금의 소진 등 재산 부족으로 환수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보험 사기죄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보험금 반환청구권 소멸시효는 5년이 적용되고 있다. 기나긴 재판 이후 유죄판결이 선고돼도 소멸시효가 지나 보험금을 환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이 서둘러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에는 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한 국회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언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무려 12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2016년 이후 보험사기는 크게 증가하는 상황인데 관련 법은 현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 체 6년간 정체돼있는 셈이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내용,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이 우선 순위가 됐다. 향후 법안소위 일정도 미정이라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이 언제 논의될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보험사기 신고 포상금(최대 10억→20억원)을 올려 경각심을 높이는 쪽으로 나름의 방법을 강구 중이다. 보험사기는 대부분 사고 발생 후 보험금이 지급되고 나서야 의심이나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적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포상금을 두 배로 높여 주변 제보를 통해 사전에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사기범들에게는 경각심을 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법의 힘이 가장 큰 만큼 개정안 통과가 더 급선무라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 청구 간소화는 의료계 반대라는 이유라도 있지만 보험사기법 개정안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국회의 무관심 속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며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법 개정이 미뤄지는 건 보험사기 범죄의 판을 깔아주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