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지자가 줄면 명분도 퇴색된다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다수결은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는 방법을 뜻한다.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기에는 사회적 다양성에 상이한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결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다. 다수의 주장에 소수의 의견이 묵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투표 단계에서부터 다수 측에게 합리적인 의견과 행동을 보여야 한다.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투표 이후에 추가적인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사지 못하고 비판받는 소수가 현 시대에도 존재한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장연은 지하철역에서 시위를 벌이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피켓을 들고 국민들에게 호소할 경우 전장연은 탑승객들의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전장연의 방식은 국민들의 교통수단인 지하철을 마비시켰다. 수많은 국민들은 출근과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했고, 피해를 야기한 전장연에게서 등을 돌리게 됐다.
평소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안 씨(31)는 “시위 당일에는 해결해야 하는 회사 업무 때문에 일찍 출근해야 했지만, 갑작스러운 시위로 지각했다”면서 “준비 중인 프로젝트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중요한 업무를 앞두고 지각했다는 이유로 상사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의 인권이 중요하지만, 대화의 상대가 아닌 국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줬어야 했나”고 하소연했다.
전장연의 또 다른 신뢰도 하락 요인은 타 단체들의 선긋기에서 비롯됐다. 오 시장은 9일 장애인 단체장 9명과 장애인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을 만나기는 하겠으나 전체 장애계의 입장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만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황재연 서울지체장애인협회장은 “전장연의 시위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전장연이 장애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으니 장애계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장연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관련 예산 확대를 요청했지만, 전장연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단계가 다르다는 점을 밝혔다.
현재 서울시와 전장연은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19일 오세훈 시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요청했다. 일정 및 방법 조율 단계에서 아직 면담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장연 측은 타 장애인 단체의 배석을 거부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피해를 주고, 타 장애인 단체들마저 선을 긋는 현재 상황은 전장연의 시위 명분을 퇴색시키고 있다. 분명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본인들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국민들에게 피해를 줌으로써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에는 공감하지만, 제3자의 피해를 동반한 행동은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