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폐업 中企‧자영업자 속출…“재기도 어려워”

노란우산공제 폐업공제금 역대 최대치 기록 고금리 기조에 빚으로 연명하는 방법도 막혀

2023-01-18     신승엽 기자
서울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폐업 수순이 빨라지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빚으로 연명하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에 더 이상 부채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노란우산공제’ 폐업공제금은 지난해 968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8년 5462억원에서 4년 만에 77%나 급증했다. 국가산업단지 휴·폐업 기업은 같은 기간 224곳에서 633개(182% 증가)로 폭증했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폐업·퇴임·사망 등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 퇴직금이나 목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제도다. 사회 전반적으로 위기가 왔을 때 공제 사용이 활발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3고 위기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폐업을 불러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의 경우 중소기업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을 뿐 아니라 최근 3고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빚으로 버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2020년 말 115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3·4분기 말 1480조4000억원으로 28.4%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1014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대출 잔액이 증가하는 가운데, 높아진 금리도 발목을 잡는다.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연 5~6% 미만이 전체의 37.1%, 6~7% 미만은 34.2%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5~7% 미만 대출 금리 비중은 3.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 말에는 71.3%로 확대됐다. 

경제 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재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각종 재기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유자본이 적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3고 위기 상황에 재기하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산업단지의 중소기업 대표는 “인근에 폐업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현실을 반증하는 사례”라며 “고금리 여파로 빚을 더 늘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의 선택지는 폐업이고, 막대한 빚더미에 재기 의욕까지 사라진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