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크라 전쟁부터 美·中 분쟁까지…글로벌 공급망 ‘요동’

우크라 전쟁으로 석유·티타늄·니켈·식량 등 가격 급등 美, 반도체 공급망 참여 압박…“수출 다변화가 살길”

2023-01-18     김원빈 기자
바이든
[매일일보 김원빈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심화, 그리고 코로나19로 융합된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 전반이 전 세계에 들이닥친 복합적인 위기와 주요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악화로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 7월 한국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의 영향으로 공급망에 대한 압력이 다시 가중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세가 급증해 주요국에서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졌으며, 중국 봉쇄조치 이후에는 소재·부품의 공급차질이 발생하면서 일부 산업에서 생산이 제약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목인 석유·티타늄·니켈 등 원자재와 밀 등 식량 가격 급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통계청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석유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직후인 작년 3월 143.54(2020년=100) 수준으로 급등했다. 전쟁이 격화되자 수치는 같은 해 6월 158.36으로 치솟기도 했다. 지수는 7월 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달 130.44를 기록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가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학계의 관측이다. 배터리 제작에 있어 핵심적인 광물인 니켈 가격도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니켈 1톤(t)당 가격은 4만2995달러로 2021년 같은 시기(1만8665달러) 대비 130.35% 폭증했다. 두 국가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밀의 경우도 가격 급등세가 뚜렷하다.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 따르면, 작년 3월 밀 1t당 가격은 40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3월(234달러) 대비 73.93% 급증한 수치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도 산업계의 큰 부담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에 대한 반도체·첨단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참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약 23%(1558억달러)였다. 이는 2021년 대비 2% 가량 감소한 수치지만, 대중국 수출 비중이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중심의 미·중 무역 패권 경쟁이 국내 공급망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한국무역협회의 한 연구에서는 “미국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도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게 된다면 보다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 수입시장에서 중국 비중이 급감했고, ‘반도체 및 과학법’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대되면서 우리기업이 미국 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쟁과 미·중 무역패권 경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자재·식량·반도체 가릴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전쟁이 막을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 5년간은 유사한 위기가 반복된다고 예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양한 품목에 대한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는 것만이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면서 “지나치게 높은 대중국 수출 비중을 줄이고 동남아 중심의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