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만 나오는 강남… “지금은 현금 확보하고 때 기다리자”

강남 신규 임대차 중 월세 비중 50.2% "연 6% 이자 갚느니 전세금 빼 투자"

2024-01-19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고금리 여파로 강남에서도 자발적 월세족이 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을 피하고자 월세 선호가 심화되는 가운데 전세 대신 현금을 쥐고 청약 또는 매수 기회를 기다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수요가 많은 강남에서는 신규계약 대부분이 월세 형태로 체결되는 중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남구 대치동의 '대치삼성'은 신고된 임대차 거래 16건 모두 월세거래였다. 인근 '은마'의 경우에도 신규계약 13건은 모두 월세계약됐다. 강남구 전체로는 신규 임대차 계약 1331건 가운데 669건(50.2%)이 보증부 월세 거래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앞지른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이자장사'에 경고를 보내며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다소 내리고 있지만 기존 연 2%대 수준으로 원상복귀 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몇십 년 동안 전세 위주로 임대차 시장이 돌아갔지만 지금은 금리 등을 따져볼 때 월세가 더 저렴하다는 것"이라면서 "과거만큼 전세만 선호하는 게 아니라 월세도 한 가지 선택지라는 것을 시장이 인식했다. 전세 소멸을 부추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당분간은 월세 선호가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전세 이점이 사라지면서 차라리 월세로 살며 현금을 쥐고 있다는 수요도 나오는 중이다. 직장인 A씨(36세)는 "예비 신혼부부가 모두 전세로 살고 있는데, 둘 중 한 명이 월세로 바꾸거나 집을 합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현금을 마련해 아파트 청약을 노려보자는 것이다"고 밝혔다. 강남의 한 중개업자는 "집주인들이야 집을 팔아 현금화하고 싶지만 매수자가 없으니 그러질 못하는 상황이다"고도 했다.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는 만큼 정부도 속도가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3 대책을 통해 실거주 의무와 전매제한이 대폭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시 6개월 이내 전입해야 하는 의무도 지난해 폐지됐다. 집값 거품이 꺼지고 청약 과열도 잦아들면서, 한편으로는 현금 보유자가 매수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