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들 공들인 펀드직판 ‘유명무실’

한화자산운용 펀드 설정액 1% 안돼 메리츠자산운용 직판점 잇달아 폐쇄

2024-01-19     김경렬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최근 3년간 자산운용사들이 공들인 펀드 직판(직접 판매) 사업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해당 펀드 설정액이 1%가 안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직판점은 잇달아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위축된 환경 속에서 새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인기는 갈수록 시들하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에셋플러스운용 등이 지지부진한 펀드 직판 사업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자산운용회사는 집합투자업자로 실제 운용만 하는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얼핏 자산운용사는 상품을 설계만 하고 판매는 어렵다고 볼 수 있지만, J클래스 등급을 갖고 있는 펀드의 직판은 가능하다. 자산운용사의 펀드 직판이 유행한 계기는 메리츠자산운용의 존리 전 대표의 발언이다. 존리 전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 직판 확대를 위해 오프라인 지점을 확대했다. 서울 소재인 본사와 송파는 물론, 대구, 부산, 광주 등 지방으로도 판매처를 넓혔다. 펀드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영업점을 신설하면서 공격적인 사업을 펼쳤다. 실제로 자산운용사의 펀드 직접 판매는 증권사의 펀드 판매보다 장점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수수료는 0.5~2%로 저렴했다. 이중에는 판매보수가 산입되는데 운용사에서 직접 설계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이러한 보수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해당증권사의 펀드 상품을 매입한다면 구지 증권사를 통하지 않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 이득이었던 셈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펀드 영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자산운용사의 펀드 직판 열기도 순식간에 식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J클래스 펀드 설정액은 46억9500만원이다. 전체 펀드 설정액(6387억8500만원) 대비 0.74%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혼합-재간접형 연금저축 펀드가 설정액 8억원대로 가장 높고 나머지는 1억원도 안된다. 사실상 자투리펀드가 대부분인 셈이다. 자투리펀드의 경우 장기적으로 청산은 필요하지만 투자자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투자자가 해지를 원치 않더라도 법적 대응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펀드 설정액이 1개월 이상 100억원을 밑돌 시, 수익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다면 자산운용사의 결정만으로 펀드 해지가 가능하다. 자산운용사의 입맛대로 펀드를 손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메리츠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 지방 펀드 직판점을 연달아 폐쇄했다. 지금은 서울 북촌과 송파지점에서만 현장 직판할 수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한 직원에 따르면 현재 직판점에서도 하는 일은 펀드상담 등 전문투자상담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기가 시들하다보니 지점을 통해 펀드를 판매할 이유가 없고 구입을 희망하는 고객은 어플 등 비대면을 통해서도 충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직판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메리츠자산운용 등이 무게를 두고 추진한 사업이었지만 지금은 실제 이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아졌다”며 “유의미한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자산운용사들이 오랜시간을 버틸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