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강 건너 불 구경'하나

‘정치 공방’ 발 안 담그고 민생·외교 집중 의지
28일 수석비서관회의가 유일한 발언 기회될 듯

2013-10-22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과 검찰수사에 대한 외압 논란으로 정치적 파장이 크게 확산된 22일에도 침묵모드를 유지했다.

야당이 전날보다 수위를 높여 ‘대선 불복’ 언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만 고수하며 침묵만 지킨다면 이것이 얼마나 국민에게 설득력을 지닐지는 미지수다. 자칫 ‘오불관언’이라는 자세로 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정치권에서는 전날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해 온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이 국정원 수사에 대한 법무부의 외압과 국정원의 수사 방해가 있었다고 ‘폭로’한 만큼, 이날 국무회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현안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같은 예상을 깨고 침묵모드를 유지했다. 11월 국외 순방을 하는 박 대통령이 정치현안에 대해 공개언급할 수 있는 기회는 오는 2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때가 유일해 보인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총리가 번갈아 주재하는 만큼 내달 초 외국출장 전 박 대통령이 의사봉을 잡는 국무회의는 없어진 셈이다.박 대통령의 ‘긴 침묵’은 이 사건에 대해 검찰과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고, 국감 역시 국회의 소관인 만큼 청와대가 나서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청와대 기존 입장의 연장선으로 보인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사태’에 대해 “언급할게 없다”면서 “어쨌든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국회가 국감을 하고 있다면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외교안보를 포함한 국정 전반에 대해서 아주 치열한 국정 운영을 한다”고 말했다.청와대의 이러한 기류는 야권의 ‘선거 개입’ 주장에 대해 정치공세로 규정, 굳이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그렇지만 청와대의 바람대로 상황이 그리 간단하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집권 8개월만에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마저 흘러나온다.그동안 박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 정권에서 한 일이고 선거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도움받은 일도 없다.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전날 국감에서 윤 지청장이 주장한 황교안 법무장관의 외압 의혹이나 남재준 국정원장의 수사 방해 의혹으로 인해 현 정부로 공세의 타깃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남 원장이나 황 장관 모두 박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다.설상가상으로 야당에서는 또다시 수위가 높은 '대선 불복' 언급마저 나오는 상황이다.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대선 자체가 심각한 부정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선거 결과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었느냐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대선 불복논란’이 얼마나 여론의 지지를 얻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또다시 지필 수 있는 소재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게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만 고수하면서 침묵만 지킨다면 이것이 얼마나 국민에게 설득력을 지닐지는 미지수다. 자칫 ‘오불관언’이라는 자세로 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런 경우, 외교·안보에서는 상당한 점수를 쌓았지만 인사와 대야 관계 등 내치에서는 ‘빈곤’했다는 그동안의 평가가 나아지기는 커녕, 내치 쪽의 부정적 인식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을 전망이다.여기에 외교·안보 부문 역시 최근 동북아를 둘러싼 미·중·일간 긴장관계 속에서 우리의 처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외교·안보 부문에 대한 그간 여론의 지지도 자칫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추구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사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나, 전시작전권 환수 재연기 과정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북한 문제 해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국으로부터 우려의 시각이 제기되는 등 외교·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