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1170조 부실 우려”
기업실적 둔화 우려…부실화 증가 가능성↑
2024-01-25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시중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돈이 11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업의 선제적 자금 확보 수요와 회사채 시장 경색에 따라 은행의 기업대출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12월 말 기준 1170조3000억원에 달한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둔화하고 있는 반면, 기업대출 증가세는 가파르다. KDB미래전략연구소의 ‘기업대출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은 114조원으로 전년 대비 23.7% 증가했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대출이 34조5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금리인상 기조와 경기 하방 위험 증가에 따라 기업들의 선제적 자금 확보 수요가 늘었다. 또 부동산 PF발 유동성 경색으로 회사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은행 대출이 확대됐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나, 최근에는 소폭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금감원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업대출 연체율(0.29%)은 전월말(0.26%)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기업 실적이 악화할 우려가 있어, 기업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발표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한계기업 비중은 △2019년 14.8% △2020년 15.3% △2021년 14.9%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안팎에선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이 점차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금리 기조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계속해 오르는 등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중소기업 비중은 49.7%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절반이 이자조차 제대로 내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 은행 대출 중 중소기업 연체율도 전월 대비 0.03%p 상승하는 등 부실이 서서히 확대되는 모습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실적 둔화 우려가 점증하고 있어 기업대출 부실 증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