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여성 민방위법 발의…'포퓰리즘 입법' '남녀 갈라치기' 우려
'이대남' 당원 표심 겨냥…전형적인 '갈라치기' 전략
전문가 "전략적 승부수, 화두 던져 승기 잡겠다는 것"
2024-01-25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문장원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여성도 민방위 훈련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준석 대표 시절 늘어난 '이대남'(20대 남성) 당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입법 가능성과 여성의 민방위 훈련 실효성을 놓고 보면 포퓰리즘 정책으로 남녀를 갈라치는 전략이라는 비판이다.
김 의원은 25일 '여성 민방위 훈련 도입'을 골자로 한 민방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만 20세~40세 남성 중심으로 돼 있는 민방위 훈련의 대상을 여성으로 확대·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난과 전시에 대비해 여성에게도 심폐소생술 및 제세동기 사용법과 같은 응급조치, 산업 재해 방지 교육, 화생방 대비 교육, 교통안전, 소방안전 등의 교육을 이수하게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전시, 전시에 준하는 사태, 혹은 테러가 발생했을 때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은 남성, 여성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남성의 경우엔 현역 복무를 하지 않은 분의 경우도 민방위 훈련을 받는 데 비해 여성은 민방위 훈련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민방위 훈련을 받는 데 현실성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성 민방위 훈련'은 다분히 '이대남' 당원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이 '당원 100%'로 변경됐고, 80만명이 넘는 국민의힘 당원 중 20~30대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 당시 2030 당원이 대거 유입된 결과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남성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실효성이 없이 표심만 겨냥한 포퓰리즘적 정책이 잇따라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당권 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한 '헝가리식 출산장려대책'이 대표적이다. 나 전 의원이 밝혔던 헝가리식 출산 대책은 결혼한 부부에게 2억원 정도 초저리 대출을 해주고 첫째 아이를 낳으면 이자를, 둘째를 낳으면 원금을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내용을 언급하자마자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의원도 여성의 민방위 훈련 확대부터 여성의 군 복무까지 가는 구상을 짜 놓은 상태다. 이번 여성 민방위 훈련 도입을 위한 민방위법 개정안을 '여성 군사기본교육 도입을 위한 1호 법안' '양성평등 병역시스템 첫 단계'라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방위 훈련을 시작으로 군사훈련 의무화, 군 복무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민적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차원에서 여성군사기본훈련 도입을 즉각 추진하기보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여성의 기본생존 훈련을 위한 관련 입법부터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녀 갈라치기'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지난 대선 때 논란됐던 윤석열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인상 등 이대남을 노린 공약과 비슷한 노선을 밟고 있단 지적이다.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한 민방위 훈련에 대해 남녀를 이렇게 분리하는 건 좋지 않다"며 "안보 공약이 아니라 젠더 공약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의원 측 손수조 대변인도 이날 라디오에서 "당 대회 후보 공약으로는 좀 생뚱맞다"며 여성 군사 훈련·민방위 등은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육아, 워킹맘 등의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남녀 갈라치기가 전략적으로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 당원들이 내부에서 보면 전략적인 승부수로 볼 수 있다. 김 의원은 이러한 화두를 주도해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