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업 자금조달 최악…올해도 PF 부실 우려에 '살얼음판'

고금리 몸살·증시 약세에 주식·CP·회사채 발행 급감 올해도 부동산PF 부실 '고개'...당국 "위기 우려 여전"

2023-01-25     이광표 기자
지난해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이 최악의 한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여파로 인한 증시 약세,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며 자금경색이 심화됐던 탓이다. 그 결과 주식 발행 실적이 급감했고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도 크게 위축됐다.

금융감독원이 25일 발표한 '2022년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주식·회사채 공모 발행액은 204조574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조9046억원(11.6%) 감소했다. 주식 발행액은 증시 약세로 기업공개(IPO) 및 유상증자가 모두 감소하며 전년 대비 7조1495억원(24.6%) 급감한 21조9408억원으로 집계됐다. IPO는 115건, 13조3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5건 증가했으나 금액은 1조1710억원(8.1%) 감소했다. 공모주 시장이 위축되면서 코스피 상장이 전년 14거능로 4건으로 크게 감소한 데 주로 기인한다. 유상증자는 59건, 8조589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건, 5조9785억원(41.0%) 감소했다. 증시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코스피 상장기업의 유상증자 건수 및 금액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데 주로 기인한다. 금감원은 "증시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코스피 상장기업의 유상증자 건수 및 금액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회사채 발행액은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및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여파로 발행 여건이 악화하면서 전년 대비 19조7551억원(9.8%) 감소한 182조6339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작년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CP(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CP 및 단기사채 발행액은 총 1555조4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특히 단기사채 발행액이 1122조5129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줄었다. 문제는 올해도 기업들이 자금난에서 자유롭긴 힘들거라는 점이다. 자본시장에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는 이유는 비우량 회사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지난해 조성된 시장 안정화 자금 중 여전히 43조원가량이 남아 있는 상황에 금융당국에서 향후 비우량 회사채 등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금시장 전반이 개선됐지만 A급 이하 회사채와 증시에서 중소형 공모주는 외면하는 양극화 현상이 향후 복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우량 채권 개선효과를 지금보다 촉진하고, 비우량물 지원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하강이 계속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696조6000억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25.9%에 달했다. 건설·부동산업 등 관련 기업 대출과 PF 등을 포함한 부동산 기업금융이 1074조7000억원으로 전년 3분기보다 17.3%나 증가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3개 증권사의 PF익스포져는 24조3000억원으로 자기자본대비 37%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16조5000억을 비롯해 2월과 3월에도 각각 10조원과 5조원 규모의 부동산PF 만기가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1월 초 유동성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에 자체적인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주문한 상태다. 이에 현재 증권사들은 인력 감축은 물론 PF 관련 부서를 통폐합하는 등 신규 PF사업을 거의 중단하고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대주단(채권단)협의회를 가동해 다시 시장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한은은 “PF대출 유동화로 부동산 PF 사업과 자본시장 간 연계성도 높아짐에 따라 부동산 관련 금융의 취약성이 증대됐다”며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 흐름이 우발적 신용사건과 맞물리면서 PF유동화증권의 신규 발행과 차환이 급격히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F유동화증권에 대한 매입보증을 제공한 증권사와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