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문장원 기자] 정치의 목적은 무엇일까. 보통 정치는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회적 가치는 무엇일까. 공동체 구성원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것, 그만큼 희소성을 지닌 것을 의미한다. 권력과 돈, 명예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는 희소성을 지닌 가치를 권력을 가지고 배분하는 것이고, 과정은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결과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정해야 한다. 이스턴은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바로 정치라고 했다.
이스턴의 정의는 정치의 이상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고, 현실 정치에선 정당성과 공정을 담보하기 어렵다. 희소성 있는 가치를 가지고 대립하기 마련이고,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기도 한다. 의회 안에서 가치 배분에 대한 갈등을 조율하는 이유다. 그 과정에 따라 처음 원했던 것과 다른 결과나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마저 수용하는 것이 정치다.
작금의 우리 정치가 이러한 근본 위에 서 있는지 의문이다. 원하는 결과를 정해놓고 과정을 이리저리 맞춰가는 데 골몰하고 있다. 최근 여당 당 대표 레이스가 이를 잘 보여준다. '윤심'에서 배제된 특정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당대회 룰을 변경하고, '윤심'을 얻지 못한 유력 후보는 온갖 모욕을 주면서 결국에는 주저앉혔다. 정당 전체가 대통령 마음만 향해 있는 하나의 나침반처럼 돼버렸다. '기승전 윤심', '기승전결의 정치'다.
'기승전결의 정치'는 과정의 무리수, 주객전도를 필연적으로 가져온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독재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승전결의 정치'는 그 결이 비슷하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수없이 자행됐던 간첩단 조작 사건은 '용공 조작'이라는 목적을 위해 비인간적인 고문이 필수였다. '간첩단'을 먼저 만들고 '간첩'을 억지로 채워 넣었다. 18년 동안 문제가 없던 전당대회 룰을 당원 100%로 바꾼 것이 무리수라면, 그렇게 바꾼 룰에 따라 당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인사의 출마를 노골적으로 막은 것이 주객전도다.
여당은 '윤심' 보다는 '민심'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새해에도 국민들은 고물가와 고금리에 신음하고 있다. 설날 연휴에는 '난방비 폭탄'까지 떨어지며 서민들의 삶은 추운 날씨보다 더 고통스럽다. 윤심을 얻은 집권 여당 대표가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힘겨운 현실을 개선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마음에 들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 마음에 들기 위한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