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발목 잡는 ‘낡은 규제’… 유통街, 시름만 깊어져
대형마트 영업 규제 10년, 소비자 불편만 초래
공정위, 올해 본격적으로 온라인플랫폼 정조준
2023-01-26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강소슬 기자] 유통업계가 10년이나 묵은 시대착오적 규제로 시름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규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숙원인 의무휴업 규제 해제가 성사될 기미가 포착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올해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플랫폼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원칙이 바로 선 공정한 시장경제 조성’을 주제로 △경쟁 촉진 △공정한 거래 기반 △대기업집단 정책 △소비자 보호 등 4대 핵심과제를 뼈대로 제시 2023년 업무 계획을 보고했다.
곳곳에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한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조치들이 다수 포함됐다.
공정위는 쇼핑, 모빌리티 사업 등을 통해 골목상권까지 파고드는 빅테크 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 온라인플랫폼의 지배력 확장 우려가 큰 인수·합병(M&A) 심사를 더욱 강화하고, 플랫폼 분야를 따로 떼내어 담합 등 시장 반칙행위를 중점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다.
외국인을 국내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로 지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도 만들 예정이다. 사실상 쿠팡의 김범석 의장을 대기업 총수를 의미하는 동일인으로 지정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미국 추진 중이거나 시행된 빅테크 규제법을 바탕으로 온라인플랫폼을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적으로 미국이 마련한 플랫폼 규제 법안 표적은 시가총액 6000억달러(약 800조원) 이상이거나 월간 이용자가 최소 5000만 명 이상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뿐인데 공정위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의 모든 사업자를 겨냥하고 있어 사실상 이커머스업계는 촘촘한 규제망에 들어갈 처지에 놓여 있다”며 “대형마트 업계가 규제로 성장이 멈췄던 것처럼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이커머스 업체에게 근시안적인 규제를 가할 경우 업계는 초토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2012년 도입된 제도다. 대형마트는 월 2회 문을 닫아야 하며,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받고 있다.
규제 도입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전통시장을 살리는 효과는 미미했다. 대형마트 매출액은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9년 들어서는 대형마트의 신규출점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나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평일 전환을 주장하기보다는 지자체와 대형마트 간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며 “유통업계를 향한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쇼핑할 자유를 줄 수 있도록 이미 실패하고 낡은 법은 고쳐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