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中 3곳 수장 교체…'장기집권 시대' 저문다

성과 내도 떠나는 회장들···신한·우리·농협금융 모두 '낙마' '기본 3연임' 옛말...당국 주도 물갈이 그림에 '관치' 비판도

2024-01-29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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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말까지 장기 집권이 점쳐졌던 국내 금융지주 수장들이 대거 교체되며 전례없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통상 '3연임'을 이어가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잇달아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면서다. 5대 금융지주 중 3개 금융지주 회장이 용퇴를 택하거나 교체됐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지주 회장에 공식처럼 자리 잡았던 ‘다(多)연임’ 관행도 막을 내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 성장과 체질 개선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인정받아도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당국 눈치보기에서 빚어지는 ‘관치’ 영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직 회장 임기가 남아있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을 제외한 신한·우리·농협금융 회장들이 교체됐거나, 교체될 예정이다. 5대 금융지주 중 3개 금융지주가 새 수장을 맞이하는 셈이다. 우선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현 회장의 용퇴에 따라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후 2020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뒤 오는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조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사모펀드 사태를 책임지고 정리하겠다”며 용퇴 의사를 밝혔다.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진 전 행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한다.  우리금융지두도 회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손태승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연임 도전 포기 의사를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이 지주사로 재출범한 2019년 우리은행장과 회장을 겸직한 뒤 2020년 정식 회장에 취임했다. 손 회장 역시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와 실적 개선 등의 성과로 연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스스로 물러남을 택했다. 그는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 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임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이 결국 사퇴 결정을 내렸다. 손 회장은 18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앞두고 이사회에 이같은 결정을 전달했다. 그는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 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지난 27일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숏리스트를 4명으로 확정됐다. 내부 출신으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이 포함됐고, 외부 출신으로는 유일한 관료 출신 임종룡 전(前) 금융위원장과 이동연 전 우리에프아이에스(FIS) 사장이 경쟁하게 됐다. 숏리스트가 내부 출신 2명과 외부 인사 2명으로 구성된 점을 두고 금융당국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임추위가 직접 심층면접을 봐야 하는 숏리스트는 2~3명인 게 일반적이다. 금융권에서 이번 우리금융 임추위의 결정을 이례적이라 보는 이유다. 임추위는 오는 2월 1일과 3일 심층 면접을 거쳐 회장 후보를 최종 선정할 계획인데 금융권 안팎에선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2파전이 될 거로 보고 있다. 앞서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손병환 전 회장이 물러나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농협중앙회가 지배하고 있는 농협금융 특성상 회장 연임이 쉽지 않은 구조지만, 손 회장 연임 기대감이 꾸준히 제기돼 오다가 끝내 무산된 셈이다.  금융권에선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거 교체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한 바 있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마찬가지로 3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이어나가고 있어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도 마찬가지로 연임에 성공할 거라는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손 회장과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하면서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부정적 시각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0일 라임 펀드 관련 손 회장 중징계에 대해 “금융위의 논의를 거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린 게 정부의 뜻”이라며 “일반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CEO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이미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금융당국의 용퇴 압박 속에 결국 조 회장과 손 회장이 당국과의 마찰을 피하고 아울러 도덕적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서 은행 금리 산정에 수시로 개입하고 CEO 선임까지 관여하면서 금융사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서 "다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하면 관치 논란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