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하원의장 '부채한도 상향' 논의…이견 좁힐까

백악관, 1일 매카시 의장과 첫 회동 민주-공화 극한 대치…월가 "미 경제 악영향 가능성"

2023-01-30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다음 달 1일 만나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한다. 월가에서는 부채한도 상향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이 계속될 경우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1일 첫 회동을 갖고 관련 현안을 논의한다. 매카시 의장은 29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과 과련해 "부채한도를 상향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출을 통제할 합리적이며 책임 있는 방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내달 1일 회동 계획을 확인했다. 백악관은 "이번 만남에서 부채한도 상향을 포함해 입법 현안을 논의할 방침"이라며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에게 채무 불이행을 피하기 위한 그의 헌법적 의무를 지킬 것인지 물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채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이다. 현재 부채한도는 31조4000억달러(약 3경8779조원)다. 미 의회가 부채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 다시 말해 미국의 국가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자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연일 경고하고 있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 13일 의회에 서한을 보내 연방정부 부채가 상한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채한도 확대나 한도 적용 유예를 요청했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디폴트가 미국 경제에 광범위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악관은 정부 지출 삭감 등 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정부 지출을 대규모로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 또 매카시 하원의장이 공화당 내홍으로 인해 15번에 걸친 투표로 겨우 의장에 선출돼 협상 공간이 크지 않다는 점도 방해 요소다. 

월가에서는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올해 미 경제가 처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원을 민주당이,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한) 입법부의 까다로운 상황을 고려하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디폴트를 막기 위한 봉합이 이번엔 더 어려울 수 있다"며 "디폴트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심각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은 1960년 이후 78차례 실시되는 등 빈번하게 이뤄졌지만, 실제 디폴트로 이어진 적은 없다. 하지만 2013년 이후에는 미 정치권 대립이 심화되면서 7차례 한도 상향이 유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