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한파에도 국회 못 넘는 '이자제한법'
'TF'까지 만든 금융위, 법정최고금리 인상 보류
정치권 반대 일색에 대출 보릿고개 심화될 듯
2024-01-30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대출한파'의 주범으로 꼽히던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겠다는 금융당국의 계획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최고금리 인상의 열쇠를 쥔 국회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준비했던 법정최고이자율 인상이 백지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금융당국은 법정최고금리 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고, 연 20%인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지는 방식으로 바꾸려 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도 반대하고 대통령실도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법정 최고 금리 조정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가 반대 입장을 보인 영향이 가장 크다. 법정 최고 금리는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대출상품의 금리 상한을 법으로 정한 제도다. 2002년 처음 도입 시 연 66%였고 현재는 연 20%다.
정부가 법정 최고 금리를 손보려 한 건 저신용자들의 대출 보릿고개 현상 때문이다. 최근 저축은행·카드사·대부업계 등 제2금융권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금리가 올랐지만 20%가 넘는 금리를 받지 못하자 대출을 조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장연동형 최고 금리 제도 등을 도입해 법정 최고 금리를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법정 최고 금리를 올려 2금융권에서 보다 높은 금리의 이자를 받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법정 최고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힌 정부는 저신용자의 돈줄을 터줘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긴급 생계비 대출 출시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올 2분기 출시를 목표로 했는데 이르면 오는 3월에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출 규모가 작아 실제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기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안에서도 여전히 최고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예금금리 인하로 조달금리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기준금리가 0.5%인 시절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부업 관계자 역시 "5년 전 대부업 이용자가 200만 명이 넘었는데 최근엔 100만 명까지 축소됐다"며 "사라진 100만 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