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또 출석한다…'정면 돌파' 의지, 尹에 영수회담 거듭 제안

30일 기자간담회…"대선 패자로 오라니 또 가겠다" 지지층 결집·檢 구속영장 청구 빌미 차단 의도 "검찰청 말고 용산으로 부르면 민생 문제 해결에 도움"

2023-01-30     문장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매일일보 문장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2차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검찰 조사에 정면 대응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동시에 검찰에 구속영장 청구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영수회담을 거듭 제안하며 원내 제1야당 대표로서 안정감을 보여주고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며 "제가 승자에 발길질당하고 또 밟힌다 한들 국민의 고통에 비교하겠니. 그렇게 간절하게 저를 재차 소환하고 싶어 하니 또 가겠다"고 밝혔다. 1차 조사를 받은 뒤 이틀 만에 내린 결정으로, 대선 패배자인 자신에 대한 승리자의 탄압을 강조해 지지층 결집은 물론 더 나아가 중도층 민심까지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따르면 중도층 지지율은 민주당이 상승한 반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하락했다. 여론조사는 이 대표의 소환일(28일) 전에 이뤄졌지만 이미 이 대표의 출석이 정해진(18일) 뒤여서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의 수사 태도를 '시간 끌기', '망신 주기'로 비판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러한 검찰의 수사 방식을 작심하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미 199쪽에 이르는 조서를 작성했는데, 오후 늦게부터 질문이 중복되기 시작했다"며 "저녁 이후부터는 했던 질문 또 하고, 냈던 자료 다시 내서 또 물어보고, 질문의 속도도 매우 느려졌다. 시간을 끌어서 재소환의 명분을 만들려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애초 1차 조사 때부터 추가 소환을 결정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검찰의 2차 소환 조사에 응한 배경에는 검찰에 구속영장 청구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전략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기소를 사실상 결정한 상황에서, 성실한 태도로 수사에 임한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그림은 검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속영장 청구 시 체포동의안 본회의 부결로 불거질 '방탄 국회' 비판도 피해 갈 수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검찰의 소환에 계속 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우 의원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소환에) 안 가면 안 간 것을 빌미로 구속영장을 칠 것"이라며 "소환에 불응할 때까지 (이 대표를) 소환하려는 것이다. 소환장을 보내면 보내는 대로 족족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쪽으로 검찰 수사에 정면 대응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민생 영수회담'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사실상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고물가·고금리 대책과 '난방비 급등' 문제에 대해 원내 디수당으로서 민생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기자간담회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이 제안했던 '30조원 긴급 민생 추경'과 '횡재세 도입'을 재차 제안하며 "윤 대통령은 저를 검찰청으로만 자꾸 부르지 마시고, 용산으로도 불러주시면 민생과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정치 세력 간 경쟁은 경쟁이고, 더 본질적으로 국민 대리인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정 동반자이자 다수당의 책임을 나눠 갖고 있기에 국정을 위해선 (대통령과) 만나야 한다는 말씀을 끊임없이 드리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정치 투쟁 선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와 관련한 범죄 혐의는 정치 영역이 아닌 사법 영역"이라며 "법리적 부분에 대한 실체적 진술은 모조리 거부하면서 각종 국정 현안을 모조리 들고 와 방어 카드로 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