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학연’ 똘똘 뭉친 獨…지역 역량 강화책 제시
비수도권 소멸 현상 본격화…평창 등 인구·면적 50% 감소 獨, 지방 연구시스템 적극 투자…“스스로 과일 따는 법 교육”
[매일일보 김원빈 기자] 산·학·연 협력을 통한 지역 역량 강화가 지역 불균형 해소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비수도권 사이의 지역 불균형은 점차 심화하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속하는데 더해 소상공인·벤처·스타트업 등의 수도권 편중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기업 쏠림 현상은 비단 경제적 불균형 문제를 넘어 ‘지방 도시 소멸’의 위기를 앞당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통계개발원의 ‘KOSTAT 통계플러스 2022년 여름호’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의 수도권은 시간이 지나며 인구·면적이 점증한 반면, 비수도권 도시는 본격적으로 소멸했다. 인구 하위 25%에 해당하는 시·군·구 도시는 지난 2000년 74개에서 2020년 62개로 줄었다. 이어 강원 평창군, 정선군, 고성군, 경북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울릉군 등은 인구와 면적이 50% 이상 급감했다.
이 가운데 독일의 산·학·연 협력에 기반한 지방 회생 프로그램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 예로 독일은 연방교육연구부(BMBF)는 2019년 ‘Chance.Regionen’를 발표하고, 과거 서독 지역에 비해 낙후된 동독 지역의 자생적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방 교육기관을 활용한 연구개발(R&D)을 적극 장려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고등교육 및 연구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더 나아가 고도의 훈련된 인재를 양성한다는 게 독일 정부의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독일 정부는 △교육・연구・혁신 프로그램 연계 △고등교육 및 연구시스템 △교육・훈련기회 제공 △지역특화 펀딩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동독지역 중소기업의 R&D 투자가 대기업 대비 현저히 낮다는 점에 착안했다. 실제 서독 지역의 공공 R&D 비중은 30%에 그친데 비해, 동독 지역은 60% 수준에 육박한다. 이에 독일 정부는 지식과 기술이 연구기관·기업·사용자에게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에코시스템 구축과 파트너간 전략적 연구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수한 연구・혁신 창출 환경을 조성해 지역 내 대학과 국가연구기관이 비즈니스 창출 및 중소기업 성장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2조8000억원을 투자, 지역 이니셔티브 연계・연구소 설립 통해 지방 고등교육 및 연구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독일 정부는 양질의 교육시설 마련을 통해 지역발전, 인구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직업훈련 시설(OBS)과 ESI 기금 조성 등이 있다. OBS는 높은 수준의 직업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시설로 독일 전역에 분포해 했다. ESI 기금은 유럽연합(EU) 차원의 기금으로 낙후 지역의 성장 및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독일에서 1만명이 기금을 통해 지원받았다.
이어 지역특화 펀딩 프로그램을 운영해 국제적・국가적 혁신역량을 산・학・연을 통해 낙후 지역에 전파시켜 지역 혁신역량 제고에 나서는 상황이다. 독일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총 78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상향식 자율주제 연구 제안, 문제해결 및 산업화 중심의 응용연구 등을 통해 자생적 연구역량을 강화할 전망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독일의 사례는 비수도권과 지방에 스스로 나무를 기르고 과일을 따는 법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며 “단순 자금 지원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방 스스로 이익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자생적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길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