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회의 땅’ 중동으로… 기대는 아직 시기상조

대웅제약, 셀트리온, 유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중동 진충 중동 국내외 정세 불안정, 사업 불확실성 고려해야

2024-02-01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중동 특수’ 기대감으로 가득차다. 하지만 중동 내 불확실성이 산적한 만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 셀트리온, 유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중동으로 사업 무대를 확장하며 시장 개척에 나섰다. MENA지역(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 국가 중 제약사들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산유국이자 국민 소득이 높은 사우디는 최근 자유화와 경제 성장으로 헬스케어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져 MENA지역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으로 성장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지난달에는 사우디 식약청(SFDA)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펙수클루의 품목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 사우디 바이오 기업 아라바이오와 먹는 콜레라 백신 ‘유비콜-플러스’ 공급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25일 사우디에서 개최된 ‘2023 리야드 글로벌 메디컬 바이오테크놀로지 서밋’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연사로 참여했다. 다만 중동 국가에 불안정한 외교 문제가 지속되는 만큼 사업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제약사의 주요 교역 대상인 사우디는 최근까지 반미-친중-친러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제2의 중국’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지난해 사우디는 국가 주도 사업에 미국 제재 리스트에 있는 중국 기업을 참여시켜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경직됐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 에너지 산업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약화하기 위한 파트너로 사우디를 선택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선 미국의 입김이 가장 센 만큼, 향후 미국-사우디의 관계 악화는 한국 등 미국의 우방국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또 유럽이 ESG를 강조하며 인권 문제가 제기된 국가 및 거래 기업에 대한 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사우디 내에서는 여전히 인권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란과의 분쟁도 중동에 진출한 국가들이 고려해야 할 문제다. 지난달 30일 중동 현지 언론이 사우디-이란의 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현지인과 교민들은 이들의 화해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이란이 예고했던 공습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바이 거주 교민 L씨는 “이슬람 수니파인 사우디-아랍에미리트와 시아파인 이란은 수천년 동안 종교 갈등을 겪어왔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려면 분쟁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교적 분쟁 위협이 적은 중동 국가, 특히 서방국가들과의 교류가 활발한 아랍에미리트와의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내 국내 제약사 인지도는 뒤떨어지는 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약 72개국이 UAE에 의약품 관련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그중 영국, 스위스,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 10개 국가가 전체 공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대 UAE 의약품 수출규모는 2014년부터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의약품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 많은 기업들이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 에미리트 순방을 계기로 바이오 산업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UAE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방문단을 결성, ‘두바이 국제의료기기전시회(1월30일~2월 2일)’에 참석해 현지 의료기기 규제기관과 양자 협의를 추진했다. 아랍에미리트 현지 무역 공사 관계자는 “중동 국가 대부분이 그렇지만, UAE 사업의 성패는 보통 뛰어난 현지 에이전트와의 파트너십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중동에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늘어나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다. 외국 기업이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연구개발 시설을 설립하면 현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