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딜레마…"물가냐 경기냐"
다시 뛰는 물가·한미 금리차에 "금리 더 올려야"
역성장 지속 가능성에 긴축 부담..."인상 멈춰야"
2024-02-02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오는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다시 뛰는 물가와 더 커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경기가 빠르게 뒷걸음치고 있어 긴축 고삐를 더 조이기도 쉽지 않아서다.
2일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월 31일∼2월 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25∼4.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한국(3.50%)과 미국(4.50∼4.75%)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포인트(p)로 벌어졌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더구나 파월 의장은 이날 "두어 번(couple)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게 되면 한미간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질 거로 보인다. 이럴 경우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한미 금리차'만 문제가 아니다. 주요 긴축 요인인 물가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는 게 더 큰 고민거리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작년 5월(5.4%) 이후 9개월째 5%를 웃돌 뿐 아니라, 최근의 물가상승 둔화세에서 벗어나 오히려 0.2%포인트 반등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가 28.3%나 급등해 2010년 별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작년 4·7·10월에 이어 올해 첫 달에도 전기요금이 인상된 여파다. 앞으로도 교통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정된 만큼 한은과 정부의 기대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적 상황이라면 이처럼 물가가 다시 오르고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커지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역성장 현실화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이 총재도 이미 신년사에서 "올해 물가·경기·금융간 상충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견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심지어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올리면서도 한국의 경우 오히려 2.0%에서 1.7%로 낮췄고, 한은도 오는 23일 발표할 수정 경제 전망에서 기존 성장률(1.7%)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통상적으로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의장으로서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견해가 반으로 갈릴 때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데, 23일 회의에서 결국 기준금리 인상 또는 동결이 이례적으로 총재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