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고금리 공포'에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자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가계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의 비중은 지난해 12월에 43.2%로 집계됐다. 전월(36.8%)보다 무려 6.4%포인트(p)나 높아진 셈이다.
해당 비중이 40%를 넘긴 것은 지난 2020년 3월(44%)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고정형 대출 비중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전체의 18.4%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경우 은행들은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보다 0.7~1.0% 포인트 높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변동형은 은행이 짧은 주기로 금리를 바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은행의 리스크가 적다.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 변동형을 선호한다.
그러나 한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지난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7차례 인상했고, 그중 0.5%p를 한꺼번에 올리는 '빅스텝'은 두차례나 단행하면서 하반기 들어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올랐는데, 더 이상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자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차주가 늘어난 것에 기인한다.
고정형 대출 비중은 지난해 9월 24%, 10월 29%, 11월 36.8%, 12월 43.2%로 계속 치솟았다. 이 기간 금융당국의 잇따른 채권 시장 안정 조치로 고정물의 지표인 금융채 5년물의 금리가 하락하면서 고정물의 금리는 빠졌다. 반면 예금 금리 상승으로 변동형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오르면서 변동형 금리는 상승했다.
올해의 경우도 고정금리 대출 확대 추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시중금리보다 다소 저렴한 고정금리 정책 대출상품을 추진하면서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에는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통합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고정금리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전세 세입자의 금리부담을 낮추기 위해 고정금리 전세자금대출 공급 확대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보증 지원을 강화해 현재 변동금리 비중이 92%에 달하는 은행 전세자금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인데, 1분기 내로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고정형 대출 선호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은이 경기 침체를 의식해 올해 더이상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더 오르지 않으면 다시 변동형 대출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금리 추이를 더 중요하게 보는 기업 고객의 경우 벌써 변동형으로 돌아서는 추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