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낼 돈 없다” 가입자 33%가 2년 안에 해지
보험사 해지환급금, 24조3309억원…전년比 23%↑
생계 어려움 때문에 해지율 더 오를 가능성 높아
2023-02-05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우리나라 보험 가입자 3명 중 1명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보험을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입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해지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5일 보험연구원 김동겸 연구위원이 낸 ‘보험계약 유지율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생명보험 가입자가 25회차 보험료를 낼 때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비율(25회차 유지율)은 2021년 기준 67.1%였다. 장기손해보험 가입자의 25회차 유지율은 2021년 기준 68.3%를 나타냈다.
실제 생계의 어려움을 이유로 보험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납입이 어려워진 계약자들이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의 관련 환급금은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생보협)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국내 생명보험사 23곳의 해지환급금 지급액은 약 24조3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9조7332억원) 보다 약 23%가량 증가한 수치다.
또 보험료 미납으로 효력상실이 발생할 경우 납입 보험료 중 일부를 되돌려 받는 효력상실환급금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효력상실환급급은 지난 1월 1026억원으로 지난 9월까지 9384억원이 집계됐다. 생보사들의 해지환급금 등이 증가하는 데에는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상승해 계약자들에게 이중고로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저축성보험 해지 역시 보험사의 유동성을 위협하고 있다. 채권금리 급등에 따라 은행 예·적금 금리가 덩달아 오르면서 보험사가 금리 경쟁력 약화 등으로 자금 재유치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1~8월 생명보험사의 저축성 보험 지급보험금은 142조원에 이른다. 직전년도 같은 기간(123조원)과 비교하면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2012년 많은 보험사들이 절판 마케팅을 통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크게 확대했다”며 “비과세 혜택 유지기간인 10년이 도래함에 따라 저축성보험의 만기 도래 및 해지에 따른 지급보험금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자들의 보험료 납입 여력이 줄어들면서 보험상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유지율 개선을 위한 고객관리 정책을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동겸 연구위원은 “보험시장 변화와 경쟁 심화로 신계약 창출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가운데, 보험시장이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 시장 환경으로 변화함에 따라 보험회사의 유지율 관리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는 유지율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 평판 등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해 보다 적극적인 고객관리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