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추락에 ‘신종자본증권’ 흥행

예금 금리 낮아지면서 ‘신종자본증권’ 매력 부각

2024-02-06     이보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수신 금리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은행 예금에 몰렸던 돈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주는 신종자본증권으로 흘러가고 있다.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가 줄줄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오는 16일 최대 40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다. 신고금액은 2700억원이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B‧신한‧우리금융이 수요예측에서 신고금액을 웃돌며 최대 발행액을 채웠고 금리도 밴드 하단 수준에서 발행이 이뤄졌다. 앞서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1일 진행한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는 7850억원이 몰렸다. 신고금액인 2100억원을 크게 상회한 수준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오는 10일 최대 발행금액인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다. 금리를 4.7~5.6%를 제시했으나 금리밴드 하단보다도 낮게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월이자지급식’으로 발행한다. 통상 회사채는 3개월마다 정해진 이자를 지급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채권시장이 침체하면서 투자자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월이자지급 방식이 나타났다. 당초 9일 수요예측을 진행 후 16일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기존보다 일정을 앞당겼다. KB금융지주도 지난 3일 60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고금액은 4050억원이었는데 두 배가 넘는 9440억원이 몰려 역시 최대금액으로 발행했다. 금리도 KB금융이 제시한 금리밴드(4.9~5.6%)의 하단인 4.9%로 결정됐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17일 진행한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신고금액인 2700억원의 3배가 넘는 8580억원이 몰렸다. 밴드 하단에 가까운 금리인 연 5.14%로 4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연 5%대까지 올라갔던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최근 연 3%대로 낮아졌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4~3.7%다. 실제로 예금 잔액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이다. 이는 정기예금 잔액이 정점을 찍은 지난해 11월 말(827조2986억원)보다 15조원 이상 감소한 규모다. 신종자본증권은 당분간 흥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개월 단위로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고 최소 천원 단위로도 투자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낮아지면서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도 오는 3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