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부, 수소산업 세계 1등으로 키운다더니 ‘지지부진’
美·EU·日 등 세계는 수소 선점 속도전 韓, 수소법부터 지원정책까지 지지부진 수소발전 입찰시장 세부내용은 물음표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정부가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수소시장 선점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정책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의 수소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수소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그리드와 천연가스를 통합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시행으로 수소에너지 성장이 촉진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수소 관련 설비 및 운송저장충전 등에 1000억유로(135조원)를 투자하는 수소전략을 발표했다. 일본도 2030년까지 80만대와 가정용 수소연료전지 530만대 공급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1월 ‘세계 1등 수소 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밝힌 110대 국정과제의 후속조치다.
이러한 수소산업 지원 대책의 법적인 최소한의 토대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수소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수소법’ 통과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수소법이 발의된 건 2021년 7월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여야간 이견으로 시간만 지나갔다. 결국 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지난해 5월이었다. 이 수소법의 시행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분위기다. 정부의 세계 1등 수소 산업 육성전략의 일환인 ‘수소발전 입찰시장’의 제도적 마련이 구체화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수소발전사업자와 발전공기업 등 수소발전구매자가 전력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시장이다.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다.
수소산업은 개별 기업의 투자로 성장이 불가능하다.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여러 기업들이 힘을 합치는 이유다. 국내 주요기업들도 수소기업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로 모여 50조원의 수소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이제 막 관리기관이 전력거래소로 선정된 단계다. 지난달 20일 선정된 전력거래소는 △수소발전 입찰시장 운영 △입찰시장 운영규칙 제·개정 △수소경제 정책수립 지원 등의 업무에 나선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수소발전 입찰시장 같은 예측 가능한 시장이 열려야 한다”며 “구체적 내용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로드맵을 그릴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