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이사회 ‘국민연금發 물갈이’ 예고
지주 회장 모두 연임 없이 세대교체
최대주주 ‘국민연금’ 역할론 대두
2024-02-07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세대교체된 가운데 다음달 금융지주 이사회도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지주들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28명의 임기가 다음달에 만료된다. 이는 전체 사외이사 33명의 85% 수준이다. KB금융은 7명 중 6명, 신한금융은 11명 중 10명, 우리금융은 7명 중 4명, 하나금융은 8명 전원이 다음달 임기를 마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지주 회장의 황제·셀프 연임을 지적한 데 이어 이사회도 비판했다. 사외이사 역시 연임보다는 대거 교체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인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행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배구조 현황, 이사회 운영, 경영진 성과보수 체계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사외이사가) 경영진과의 친소 관계로 이사회에 장기 잔류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스튜어드십’을 강조하면서 금융지주들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KB금융 7.95%, 신한금융 7.69%, 하나금융 8.78%, 우리금융 7.86% 등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3개 금융지주의 최대주주다. 우리금융도 우리사주조합(9.48%)에 이어 2대 주주다.
윤 대통령은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CEO 선임) 절차와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로 투자기업 경영과 의사결정, 지배구조 등에 적극 관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현재도 이사회와 CEO 선임 절차가 각 사에서 마련한 절차대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나 CEO 선임 등과 관련해 임의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내부 규정과 절차가 수년 전부터 마련돼 있고 그에 맞춰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매년 사외이사 프로세스를 통한 운영 방법과 평가 등을 투명하게 보고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후 주주 역할을 확대해 왔다. 이어 올해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8일 기자 간담회에서 “소유구조가 여러 주주로 분산된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한다”며 “향후 기금이사가 선임되면 이 부분에 관심을 갖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연말부터 신한금융, NH농협금융, BNK금융, 우리금융 등 CEO 선임 절차를 거친 금융그룹 회장들은 연임 없이 모두 새 수장으로 교체됐다.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은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BNK금융도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회장으로 맞았고 우리금융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