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권 1.8조 콜옵션 이행에 ‘자신감’

재발행 통한 ‘차환’·‘현금 상환’ 계획…‘제 2 흥국생명 사태’ 방지

2023-02-08     홍석경 기자
보험사들이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우리나라 보험사들이 ‘조기상환권’(콜옵션) 이행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작년 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입장을 번복했던 흥국생명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8일 보험업계 따르면 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콜옵션을 해야 하는 자본성증권 규모는 1조8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안에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규모는 약 4조원이다. 당장 올해 상반기 만기를 앞두고 있는 보험사는 DB생명(800억원)과 메리츠화재(1000억원), DGB생명(500억원), 롯데손해보험(600억원), 신한라이프(2000억원), 푸본현대생명(600억원), 한화생명(10억달러), DB생명(300억원), KDB생명(2억달러) 등이다. 보험사별로 분위기를 살펴보면 채권 재발행을 통해 ‘차환’보단 현금 상환을 결정하는 보험사들이 눈에 띈다. DB생명은 차환이 아닌 상환을 결정했다. DB생명은 2월 13일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상환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 차례 계약 변경으로 콜옵션 시기가 5월로 바뀐 신종자본증권(300억원)도 차질없이 준비 중이다. 한화생명 역시 상환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추가 자본확충 없이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금리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푸본현대생명 등 일부 중소형사는 기존 문법대로 차환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보험사들은 그간 자본성증권의 콜을 결정하면서 콜옵션 만기 전후로 새로운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이자를 더 주고 조기상환을 해왔다. 올해 들어 채권 시장이 안정되면서 채권 금리가 하락했지만, 5년 전과 비교해 2~3%p 높다. 이밖에 KDB생명은 오는 5월 신종자본증권(2억 달러 규모) 콜옵션 행사 방법을 놓고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지 못했고, 신한라이프 역시 콜옵션 이행만 확정하고 방식을 두고는 고심 중이다. 보험사들이 콜옵션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지난해 11월 흥국생명 사태로 채권 시장이 불안정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한 5억달러(발행 당시 약 5571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해외 시장에서 한국물(Korean Paper)로 불리는 외화표시채권 상품의 거래가 급속히 냉각했다. 이후 흥국생명은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입장을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자를 더 주더라도 차환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아 부담이 있는 만큼, 현금 상환을 고심하는 보험사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