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승범 …'못다핀 꽃 세 송이'

수면과 게으름 숙면에 목숨을 걸어라

2024-02-08     매일일보
한승범
[매일일보 매일일보] “고등학교도 떨어진 놈이…” 친척에게 들었던 말이다. 당시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고,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1982년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해이다. 고입 재수를 했기 때문이다. 낙방의 부끄러움에 큰 누님이 대학을 다니던 대전으로 낙향해서 일 년을 보냈다. 도서관에서 남들이 볼까 봐 숨어서 중학교 책을 공부했었다. 이후 치열하게 살았다. 삼당사락(三當四落)이라는 믿음으로 잠을 희생하며 공부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숙제’였다. 나는 평생 숙제를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매일 혼나도 숙제를 거의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사업을 할 때도 중요한 일을 미루는 습관으로 자주 좌절했었다. 학문과 사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뤘지만, 그것은 운이 좋아서였다. 게으름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난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 마련이다.
 
나의 ‘의지력과 자기 절제력’은 밑바닥이었고, 게으른 자신에게 환멸감이 들 정도였다.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엄청난 폭식으로 하루가 다르게 몸이 망가져 갔다. 마침내 몸무게가 120kg이 넘은 초고도비만이 되었다. 당뇨 전단계,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등의 온갖 성인병과 알코올중독,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3년 ‘미다스의 손’의 운은 다했다. 잘나가던 프랜차이즈 회사가 폭삭 망했다. 순식간에 알거지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내 잘못이었고 게으름의 산물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하지만 나는 이듬해 6개월 만에 45kg을 감량했고, 모든 병을 고쳤다. 새로운 사업으로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생활도 180도 바뀌었다. 무절제하고 방탕하던 과거와는 달리 완벽에 가까운 절제된 삶을 살았다. 8년 동안 1,00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건강과 행복에 관한 작은 통찰도 얻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었다. 거의 평생을 괴롭힌 ‘숙제 안 하기’ 악습이 그것이다. 아무리 완벽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도 중요한 일을 안 하거나 미루는 습관은 고칠 수가 없었다. 고입 재수 40년이 지난 2022년, 우연히 ‘숙제 안 하기’의 근본 원인을 깨달았다. 그것은 천성이나 기질이 아니라 잘못된 작은 습관에서 비롯됐다. 나는 초4에 서울에서 6살 터울의 형과 살게 되었다. 형은 공부를 잘했지만 올빼미 생활을 했다. 새벽까지 잠을 안 잤고, 어린 나도 어쩔 수 없이 늘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당시 형은 나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기에 뭐든지 닮으려고 노력했다. 삼당사락도 형에게서 배운 것이다. 잘못된 롤모델은 나를 평생 수면 부족으로 이끌었다. 전전두엽 피질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인간의 뇌이다. 수면 부족은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이곳이 마비되면 인간의 ‘의지력과 자기 절제력’이 상실된다. 그러면 포유류의 뇌 변연계의 지배를 받게 된다. 즉 성욕과 식욕과 같은 본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짐승과 다름없다. 담배, 술, 설탕, 도박, 포르노, 마약, 게임 등에 쉽게 중독되고 무절제한 삶을 살게 된다. 이것을 깨닫고 8시간 숙면에 목숨을 걸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매시간 규칙적인 휴식으로 ‘졸음과 피로’을 완벽하게 없앴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내 인생에서 ‘못다핀 꽃 세 송이’가 있었다. 그것은 영어와 식탐, 그리고 미루기였다. 영어는 카투사 시험에 합격할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독해에 한정된 죽은 영어였다. 다이어트에 성공했지만, 식탐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성실하지만 중요한 일을 미루는 습관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8시간 숙면과 휴식으로 이 세 가지가 완벽하게 해결되었다. 영어 리스닝이 일 년 만에 비약적으로 늘었다. 앞으로 2년 정도면 원어민 수준의 리스닝이 가능해진다. 식탐의 진짜 원인을 깨달았고, 평생 날씬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업무나 생활에서 중요한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습관이 드디어 생겼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럽고, 여한이 없을 정도이다. 초인(超人)과 같은 삶이 시작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1982년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있다. 내 인생에서 지금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다. 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과 뇌가 발달한다. 10대의 나보다 지금이 훨씬 활력이 넘치고 머리가 좋다. 지난 50년보다 앞으로의 50년이 훨씬 더 건강하고 의미 있고 생산적일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몸과 뇌가 퇴보하고 아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이고,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노화는 필연적인 숙명이 아니라 선택일 뿐이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8시간 숙면을 하고, 운동을 하면 아플 하등의 이유가 없다. 믿기지 않겠지만 나에게 거의 모든 질병과 치유에 대한 혜안이 생겼다. 실제로 척추협착증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아야 했던 아내를 마사지만으로 6개월 만에 고쳤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이라 불리던 아내의 병 대부분도 치유했다. 불과 얼마 전에는 만성적인 디스크로 재차 수술받아야 했던 노모에게 마사지를 권유했다. 아버님에게 마사지 방법을 알려드려 3개월 만에 극적으로 호전되었다. 나를 괴롭혔던 과민성 방광, 하지 방사통, 관절염, 오십견 등도 너무 간단하게 스스로 고쳤다. 이 모든 것이 사실상 불치의 병으로 불린다. 인간의 신체는 위대한 치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잘못 먹고, 잠을 잘못 자고,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감기부터 암까지 거의 모든 병은 스스로 치유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수면 결핍 국가이다. 수면 시간만 늘려도 믿기지 않는 행복한 인생이 펼쳐진다. ‘의지력과 자기 절제력’이 생기고, 이것은 삶에 기적을 가져온다. 돈을 벌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