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중국 의존도 높은 中企 “국내에선 어렵다”
대중국 수출 31.4% 감소… 다변화 전략 요구
中企, 독자적인 자생력과 경쟁력 확보 필요해
2024-02-09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김혜나 기자] 우리 중소기업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고질적인 인력난과 임금 문제,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는 게 핵심인데, 지난해 중국은 219억달러 규모로 중소기업 최대 수출국이었다.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19억5000만달러(8.2%) 감소했음에도 171억달러로 두 번째로 많은 미국보다 40억달러 이상 큰 규모를 차지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기 위축으로 대(對)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한 데다 대미국 수출까지 감소세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공공요금 인상에 기인한 물가 상승세로 내수 회복세도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KDI가 지난 7일 발간한 ‘2월 경제 동향’에 따르면, 1월 수출은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16.6% 줄며 9.6%이었던 지난달보다 감소 폭이 늘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44.5%)·철강(25.9%)·석유화학(25.0%) 등 대부분이 줄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의 감소 폭이 27.1%에서 31.4%로 확대됐다.
수출 감소 타격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중 무역적자도 지속세다. 6억6000만달러로 반짝 개선된 작년 9월을 제외하고 8개월 동안 마이너스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 6억에서 12억달러 규모였던 무역적자 폭이 지난달 39억7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가 절정을 이뤘던 2021년(25.3%)과 2022년(22.8%) 때보다 최대 5.5%포인트 급락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반도체 수출 시장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입도 함께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34%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6% 줄었다. 지난해 9월까지 16개월 연속 45억달러 이상 수출하다 지난달 20억달러대로 급락한 것이다.
중국 수출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 3.4달러에서 지난달 1.8달러까지 떨어진 것도 수출액 감소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2018년 15% 미만이던 중국 반도체 기업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에는 24%까지 상승했다.
이렇듯 대중국 수출액이 감소하고, 중국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첨단 산업의 내실 다지기에 서두르고 있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전문가들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의존도를 낮춰야 자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변수 발생 위험성도 존재한다.
이에 정부와 기업들이 시장질서 급변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다변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사업을 통해 대내외적인 기업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중소기업의 독자적인 자생력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 미국 무역의존도가 40% 이상인 한국이 미중갈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중국이 한국 제품을 수입 제재에 포함시키느냐의 여부인데, 중국의 경제재개로 수요가 늘어나면 무역적자가 줄어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본부장은 “수출 제품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동남아 또는 중동 등 수출국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반도체는 중국, 자동차는 미국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