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동서, 페이퍼 컴퍼니 10여개 만들어 '벌떼 입찰' 의혹
두차례 걸쳐 이틀만 계열사 13곳 설립… 현재도 유지
자산 20억 넘는 곳 1곳 뿐 나머지는 대부분 매출 0원
이후 벌떼 입찰 랭킹 10위 진입 의혹… IS동서는 부인
2024-02-10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IS동서도 벌떼입찰을 위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IS동서에 종속된 계열사 중 부동산업체로 등록된 회사들이 사실은 별 다른 영업행위 없이 다른 목적으로 설립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 대기업 그룹에 포함된 아이에스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IS동서는 13개의 소규모 부동산매매·임대·관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IS동서는 지난해 3월 기준 다온이앤씨㈜, 디에스이앤씨㈜, 새빛이앤씨㈜, 유라이앤씨㈜, 도담이앤씨㈜, 초아건설㈜, 다솜건설㈜, 아람이앤씨㈜, 해니건설㈜, 나래이앤씨㈜, 티와이건설㈜이라는 부동산 매매업체를 운영 중이다.
또 다른 계열사인 부동산 임대업체 ㈜부산블루코스트와 비거주용 부동산 관리업체 ㈜서현관리도 예전에는 부동산 매매업으로 등록된 바 있다.
이들 업체 중 자산 총계가 20억원을 넘는 곳은 부산블루코스트 1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업체는 영업활동도 없고 매출도 대부분 0원인 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보인다.
설립일자를 보면 페이퍼컴퍼니라는 정황이 더욱 확실해진다. 13곳 중 4곳은 2014년 4월 28일에 설립됐고, 나머지 9곳은 2015년 1월 6~8일에 설립됐다.
이 시기는 중견 건설사들이 추첨으로 이뤄지는 공공택지 입찰에서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법인을 늘리던 때다.
IS동서 역시 주택 자체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택지 확보를 위해 법인을 설립했다.
그 후 입찰 방식이 변해 과거와 같은 '벌떼입찰'을 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해 중견 건설사들은 법인을 정리하고 있지만 IS동서는 법인을 지속적으로 살려두면서 종속기업이 급증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현재 이들 법인들이 과거에 벌떼입찰에 동원됐는지는 명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벌떼입찰을 하지 않는다"면서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순 없지만 갑자기 큰 중견 건설사들은 모두 벌떼입찰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 30개 법인을 동원해 벌떼 입찰에 나섰던 법인도 있는데 IS동서는 10여개를 운영했다"며 "벌떼 입찰을 많이 한 랭킹을 따지면 IS동서도 10위 안에는 들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는 제도가 바뀌었지만 한창 중견사들이 벌떼입찰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 공공택지개발에서 85㎡ 이하 주택 택지는 추첨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는 공공택지 공급방식이 추첨제에서 평가제로 전환되면서 벌떼입찰이 차단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추첨제로 낙찰이 진행되던 때는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벌떼입찰을 하는 일이 횡행했다”면서 “최근 들어 발주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실적 기준 등 까다로운 절차가 생겼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는 앞으로도 수주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IS동서 관계자는 "국세청이 현재 살펴보는 사안은 벌떼입찰이 아닌 다른 사안"이라며 "IS동서는 벌떼입찰과는 무관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벌떼입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국토부가 벌떼입찰을 뿌리뽑겠다고 나선 가운데, 국세청은 수시로 벌떼입찰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올해 들어 공공택지 낙찰 수가 많은 중견건설사 5곳을 중심으로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공공택지 분양 입찰에 벌떼입찰 참여한 것이 확인되면 형법상 업무방해·건설산업기본법 위반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