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진정한' 국민의힘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3·8 전당대회 본선 진출자가 지난 10일 확정됐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 나온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윤계'의 계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대립각을 세우는 이준석계 후보 4명 전원이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청년 최고위원 예비 경선(컷오프)을 통과했다. 반면 최고위원에 출마한 박성중·이만희·이용 등 친윤계 현역 의원 3명은 떨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노골적인 '윤심' 경쟁에 비토 정서가 상당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당심 100%'로 바꾸면 원하는 특정 후보가 무난히 당권을 거머쥘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승민·나경원·안철수 등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았고, 차례 차례 주저앉히며 판을 깔았다. 그러나 '윤심'이 가 있다는 김기현 후보는 지금도 안철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서지 못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여기에 잠잠하던 이준석계 후보들이 '비윤'의 기치를 들고 참전하면서 친윤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처럼 대놓고 밀어주는데 고전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작금의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혼탁함은 '당심 100%' 경선룰 개정의 나비효과다.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원 포인트' 개정이라는 비판에도 무리하게 바꾸자 후보들이 '민심'에서 고개를 돌려 '윤심'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오직 '윤심', '윤심', '윤심'이다. '민심'이 사라진 선거판에서는 '정책'은 실종됐다. 당을 어떻게 이끌겠다,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비전 제시는 잘 들리지 않는다. 김기현 후보가 내놓은 '여성 기초 군사 훈련'이라는 공약은 2030 남성 당심을 겨냥했다는 의도가 명확하다.
그렇다 보니 윤심의 소유자인 대통령의 당무 개입도 논란이다.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서 윤심을 낙점하는 모양새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이 특정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게 과연 정당 민주주의 관점에서 올바르냐는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당무 개입 배경에는 내년 총선이 있다는 사실을 국민은 모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주변에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김 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어 총선의 판을 직접 짜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개입이 공직 선거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공직 선거법 제 57조의6 제 1항에 따르면 공무원은 당 내 경선에서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 다만 단서 조항에 '소속 당원 만을 대상으로 하는 당 내 경선에서 당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경선 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와서 보면 '당심 100%' 룰 개정이 유 전 의원을 배제하기 위한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난해 12월 '당심 100%'로 경선 룰을 개정하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심이 곧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당원도 국민이니 맞는 말인 것 같지만, 당원이 아닌 국민의 마음은 당심이 아니어서 혼란스럽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혼란은 '당심 100%'에 있다. '당심은 윤심'으로 전제해버리자 정책 경쟁이 아닌, 윤심 경쟁이 돼 버렸다. 누군가 당 대표가 된 후에도 지금처럼 당을 '윤심 맞춤형'으로 끌고 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총선은 '당심 100%'가 아닌 '민심 100%' 룰로 치러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