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 당분간 계속”… 갭투자자 ‘사면초가’
전세 낀 갭투자 매입 2020년 2월 0.6건서 2만건 급증
국토硏 "집값 20% 하락시 40%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
2024-02-14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갭투자자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역(逆) 전세난과 더불어 자산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4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전세 레버리지 리스트 추정과 정책대응 방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집값 하락 시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있는 주택 수는 상대적으로 2023~2024년에 집중될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연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자금조달계획서 자료 전수를 국토교통부에서 제공받아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갭투자에 해당하는 보증금 승계매입은 이 기간 약 73만3000만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2월까지는 월평균 0.6만건이던 것이 2020년 3월부터는 2만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토연은 이와 관련 "신고 범위의 증가에 따른 결과로 판단되지만 이 시기가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시기로 레버리지 가설에 따라 보증금 승계매입에 따른 전세 레버리지 매입이 증가했을 유인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난 집값 상승기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활성화된 것.
이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전세값이 급락하고 전세 기피 현상이 짙어짐에 따라 갭투자들은 새로운 세입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을 받거나 집을 매도해 보증금을 돌려줘야할 위기에 내몰리는 이들도 나오는 중이다.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은 이같은 위기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국토연 추정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기준 주택가격이 1% 하락할 경우 2023년 2만7900여 가구의 주택이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노출된다. 집값 하락 폭이 5% 이상이라면 약 3만1000가구, 20% 이상 급락하는 경우 9만6000여 가구로 급증한다.
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를 넘어설 경우 '중고(中高)' 위험에 빠지는 임대인이 21만2800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았던 2021년에도 20만9300가구, 전체의 12.87%로 결코 비중이 낮지 않았다. 리스크가 중고라는 것은 임대인이 보유한 현금과 대출, 주택 매도 등을 모두 동원해야 겨우 보증금을 갚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뜻한다.
갭투자 리스크가 커진 원인으로 국토연은 △전세제도 자체의 문제 △임대인과 임차인 간 편익과 손실의 비대칭적 분담 구조 △보증금 반환보증 제도상의 문제 △무한책임형 대출제도 등 전세 제도 전반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연은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보증금 상환 능력이 높은 임대인과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