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 거품 논란… 신약개발 신뢰도 ‘뚝’

골드퍼시픽·일양약품, 코로나19 치료제 조작 의혹 연이은 신약 개발 조작 의혹에 바이오 벤처 업계 역풍 벤처사 과도한 홍보로 신뢰도 감소… 업계 '옥석 가리기' 시작

2024-02-14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신약 개발사들이 연구결과 조작·과잉 홍보 논란에 휩싸이며 거품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 여파는 바이오 벤처 업계 전체에 번져 투자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코로나19 치료제 연구결과를 부풀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골드퍼시픽을 수사 중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골드퍼시픽은 2020년 확보한 치료제 후보물질 APRG64이 렘데시비르 보다 높은 효능을 보인다고 홍보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회사가 홍보한 내용에 과장이 있거나 허위가 있다며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뻥튀기’ 임상 결과로 주가 조작 의혹을 받는 곳은 더 있다. 일양약품은 2020년 3월 자사의 백혈병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주가가 2만 원대에서 10만 원대까지 급증했다. 이때 경영진이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 것으로 나타나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미 허가를 받은 신약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는 제출한 서류가 허위로 밝혀져 2019년 식약처로부터 허가취소를 당했다. 연이은 신약 개발 조작 논란에 특히 바이오 벤처 업계가 역풍을 맞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도 벤처캐피탈들의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는 1조 1058억원으로 전년도(1조 6770억원) 대비 34.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감소의 원인에는 경기 한파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련의 사건 사고로 내성이 생긴 투자자들이 신약 분야 투자를 꺼리게 된 까닭이 크다. 항암제 바이오 벤처 M사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해 이해도가 낮았던 과거에는 벤처캐피탈(VC)조차 기업의 연구 역량을 파악하지 못했고, VC의 투자가 개미 주주들의 움직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 및 국민들의 바이오 분야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벤처 투자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보 관계자들은 벤처업계에 남발되던 과장된 홍보가 독이 됐다는 설명이다. 제약바이오 전문 홍보사 P사 직원은 “인력이 부족한 벤처사들은 자체 홍보팀이 없고, 홍보대행사들은 고객사 잡기에 혈안이다. 일부 대행사는 벤처사가 홍보를 잘 모른다는 것을 노려 ‘언론 노출 수’를 강조한다. 이렇다 보니 ‘임상 진입’과 규제 당국에 대한 ‘허가 신청’ 등 의미 없는 소식까지 보도자료로 배포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허가 신청은 임상 및 의약품 상용을 위한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는 과정이며, 임상 진입은 말 그대로 임상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상용화’가 아닌 이상 실질적 성과는 없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관계된 보도도 잦은데, 투자자는 키워드에 현혹되지 말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FDA에 따르면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으려면, 해당 질환을 앓는 환자 수가 적고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특정 신약이 ODD에 성공했어도, 미국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FDA는 ‘희귀약 연구’에 대한 세금 등 특혜를 줄 뿐이며, ‘신약의 가치’를 증명한 것은 아니란 의미다. 이를 계기로 향후 대기업과 벤처사 간 격차는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재정 여력은 역대 최고 수준이며, 국내 바이오분야 대기업 및 중견제약사들의 현금성 자산 또한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자금이 넉넉하고 사업 파이프라인이 다양한 만큼, 특정 신약 개발에 실패해도 리스크가 적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불확실성이 큰 벤처사보단 대기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 벤처 M사 관계자는 “그간의 과장된 홍보와 임상 뻥튀기는 결국 투자자로 하여금 옥석을 가리는 능력을 키워줬다. 이제 경쟁력 없는 벤처사는 걸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