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터키 지진현장에 출동한 긴급구호대의 활약이 대단하다. 구조 작업에 돌입한 9일 하루에만 5명의 생존자를 구조하더니 11일까지 모두 6명을 구해내었다. 같은 소방관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고 뿌듯하다. 이번에 해외긴급구호대가 구한 생존자는 1999년 119국제구조대가 대만 지진현장에서 6살 난 어린이를 구한 뒤 무려 24년만의 해외 인명구조 성과이다. 유엔의 집계에 따르면 튀르키예에는 63개 나라 141개 구조대 6,800여명이 2월 12일 0시까지 모두 156명의 매몰자를 구해냈는데 대한민국 구조대가 그 가운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매우 자랑스럽다.
‘긴급구호대’의 정식명칭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이다. 예전에는 소방에서 운영하는 ‘119국제구조대’로 불렀으나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외교부가 주관하는 해외긴급구호 시스템 안으로 들어왔다. 해외긴급구호대는 외교부가 파견하는 대한민국의 공식 구호대로서 재난의 성격에 따라 구조팀, 의료팀 등이 구성되는데 이번 터키 지진현장에는 터키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구조팀 위주로 출동하고 있다.
유엔은 대형 지진현장에서 각국의 구조대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인도주의업무조정실(OCHA)에 국제탐색구조자문단(INSARAG)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일정 기준을 통과한 각국의 붕괴 건물 전문 구조대(도시탐색구조대USAR team라고 부른다)에 인증을 부여해왔는데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구조팀도 그러한 인증을 취득한 전 세계 110여개 구조대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구조팀이 국제사회에서 펼친 오랜만의 대단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대원이 매몰자를 구조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구조 작업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추가 붕괴 가능성이다. 이는 언제 올지 모르는 여진과 함께 콘크리트를 뚫고 깨고 자를 때 건물에 미치는 충격이 매우 크기 때문인데 이러한 붕괴 위험성 예측은 대원과 매몰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 절차로서 유엔에서는 지진현장에 출동한 일정 규모 이상의 구조대는 반드시 건축물 안전진단 전문가를 동반해서 출동하도록 하고 있다. 유엔의 온라인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는 141개 구조대에서 모두 134명의 건축물 안전진단 전문가(structural engineer)가 활동하고 있는데 주요국 구조대 중 이러한 전문가를 포함하지 않은 구조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고 수많은 훈련을 거듭해온 소방청과 외교부(한국국제협력단)가 왜 정작 실제 출동에는 건축물 안전진단 전문가를 포함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정부에서 구조대의 추가 파견을 논의하고 있다고 하니 부디 이번에는 대원과 매몰 주민의 안전을 위해 관련 전문가를 포함하길 바란다.
두 번째로는 외과 전문 의사이다. 재난현장에서의 여러 위험 요소들 때문에 유엔은 지진현장에 파견된 유엔 인증 구조대가 반드시 의사를 동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구조대원과 구조견의 부상과 건강을 위한 것도 있지만 오랫동안 무거운 물체에 눌려있던 매몰자를 구조해냈을 때 갑자기 사망하는 압착 증후군(crush syndrome)과 매몰자를 누르고 있는 붕괴 구조물을 제 시간 안에 해체할 수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매몰자의 팔 다리를 절단(amputation)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소방청과 외교부는 평상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을 통해 의사들의 인력풀을 관리하고 합동훈련을 하는 등의 준비를 해왔는데 그러한 인력들을 제외하고 갑작스럽게 출동이 결정된 국방부 소속 군의관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된다.
세 번째로는 지방정부나 민간 차원의 구조대 파견이다. 이번에 튀르키예로 출동하였다고 유엔에 신고한 141개 구조대 가운데 절반 정도는 각국의 중앙/지방 정부가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 경제력 순위(2021년) 10개 나라 가운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4개 나라가 2개 이상의 중앙·지방 정부 구조대를 파견했으며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호주, 오스트리아, 스페인, 헝가리 등도 2개 이상의 중앙·지방 정부 구조대를 파견하고 있다. 정부, 민간을 합쳐서 한 개의 구조대만 출동을 신고한 나라는 위의 10개 나라 가운데 캐나다를 빼고 대한민국 혼자다. (캐나다는 구조대를 파견하지 않았다.) 경제규모 세계 10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도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인도주의 구현에 앞서 나갈 때가 됐다. 다른 선진국의 사례처럼 서울특별시나 경기도 규모의 지방정부가 튀르키예와 같은 해외 재난현장에 구조대를 파견할 충분한 능력이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국제사회로부터 요구된다. 한편 중국의 경우에는 파란 제복을 입은 민간 구조대(Blue Sky Rescue)가 해외 주요 재난 현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그 출동 규모가 중국 정부 구조대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81명 대 200명). 구조대를 육성하고 파견하는데 들어가는 큰 돈을 생각하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배울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중앙 정부도 지방 정부와 민간 구조대가 유엔 인증을 받는 등 해외 지진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게 도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나라가 문화 한류와 함께 인도주의 한류로 세계 속에 더욱 떳떳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도 그렇고 지진이 잦은 이웃 일본과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북한의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생각할 때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