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에서 8억으로 급락… 강남도 역전세난 심화
강남권서 5~10억원 하락한 전세 계약 속출
임대차보호법에 높아진 전셋값이 '부메랑'
2024-02-14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집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이 서울 강남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셋값도 동반 하락하자 집주인들은 기존 세입자 잡아두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계약 만료 시 전세 보증금 반환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출을 받는 실정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전셋값은 과거 부동산 폭등기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9년 준공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의 경우 2020년 10월 18억3000만원이던 전셋값이 지난달 18일 8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셋값이 2년3개월 만에 무려 10억원가량 급락한 셈이다.
오는 28일 입주 예정인 개포동 자이프레지던스는 전용면적 59㎡ 전세가가 최근 6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전세 매물이 처음 나올 당시 호가가 13억원에 달했지만 실거주 의무가 없어 입주 예정 기일이 다가오며 매물이 늘다 보니 호가도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전세 호가가 16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아졌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전용 84㎡의 경우도 지난달 11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동일 면적이 지난해 6월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7개월 만에 6억5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8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는데, 지난 2021년 11월 15억원과 비교해 크게 하락했다. 현재 호가도 8억원에 올라와 있다.
이밖에 잠실엘스를 포함한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일대 대단지에서는 큰 폭의 감액 계약이 체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남권 일선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전세계약 2년 만기가 다가온 단지들을 중심으로 역전세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으로 인해 집주인이 계약기간 4년을 감안해 전셋값을 더 올린 것도 역전세난을 부추겼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강남권 전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은 지난 1월 44.12%이다. 전년 동월 (51.46%)보다 7%p 이상 낮은 수치다. 서초구 역시 지난 1월 46.87%로 전년 동월(53.32%)보다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심화됐다.
반면 전세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지난 10일 기준 강남구 개포동 전세매물은 2605건으로 한달 전 2388건보다 200건 이상 늘었다.
역전세난이 심화되자 집주인들은 기존 세입자 전세 계약 만료 시 보증금 반환에 애를 먹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무리 강남 부자라고 해도 일시금으로 현금 수억원을 바로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강남 아파트 집주인 중에는 개인 대출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전셋값 추가 하락 우려 등이 겹친 상황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 하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지역은 전셋값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강남권 전셋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 최근 1~2억원 오른 전세 거래가 성사되고 호가도 최저점보다 다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셋값 반등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