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정부가 다주택자를 활용해 부동산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12·21 부동산 대책, 1·3 미분양 대책으로 적극적인 부동산 거래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앞으로는 20년 연한의 주택도 노후주택으로 재건축 심사가 가능할 정도로 재건축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정부가 다소 급진적이라고 할 정도로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서두른 이유는 그 만큼 부동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거래가 실종되면 미분양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건설사들의 운영난이 발생해 국가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건설업계가 위기로 빠지지 않도록 시장에 사전 처방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올바르냐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한 마디로 다주택자의 시장 유입을 유인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다주택자가 1주택자 내지 실수요자에 비해 자금 동원력도 압도적으로 좋고 정책에 반응해 거래를 일으키는 행동력도 빠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는 스포츠로 치면 프로선수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골치 아픈 부동산 정책도, 계약 절차도 이 사람들은 신속하게도 척척 해낸다.
평생 내집 마련을 꿈꾸며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 결혼, 증여 등 개인 신상의 변화로 어쩌다 잠시 간 2주택 정도까지 보유하게 되는 대부분의 국민들과 달리 다주택자는 부동산을 다량 소유해 재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보유한 부동산으로 임대 소득을 올리고, 향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얻는다. 두세 건 정도는 애교다. 프로 다주택자는 이 같은 사고팔기를 열 채 이상씩 한다.
작년 말 기준 다주택자 상위 100명이 2만2500가구를 보유했다는 통계는 한국 부동산 구조가 얼마나 왜곡돼있는지를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은 그간 여러 차례 실증에 비춰볼 때 다주택자와 자산가들이 대부분인 투기 세력의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정부가 그 점을 모를 리 없지만 급한 불을 끄겠다는 심정으로 투기 의지가 강한 다주택자를 활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그렇게 해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고 가격이 반등하더라도 그것은 곧 미래에 다시 터질 거품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주택 문제는 정치이념이 아닌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화 방향으로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다주택자가 좌지우지하는 기형적 주택시장을 개혁하지 않으면 부동산 등락에 따른 경제 리스크는 계속 반복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