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논란에 국민연금 개혁까지… 고령화에 ‘곳간’이 비어간다
무임승차 연령 상향 움직임…국민연금 2055년 ‘바닥’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한국사회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하철 무임승차와 국민연금 수급 연령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노인 인구가 향후 급격하게 늘게 되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국가 전체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고령 인구 복지 체계를 보수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인 노인들의 복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15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급격하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 고령화와 사회보장 재정 현황 및 전망’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 초고령 사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속도로, 해외 인구학자들도 그 추이를 주목하는 실정이다.
고령사회 진입 후 초고령 사회가 되기까지 일본이 11년, 덴마크는 42년, 스웨덴은 48년이 소요된 반면 우리나라는 단 7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공공 재정 부담이 커지자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이 논의되고 있다. 대구시는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안을, 서울시는 노인 무임승차 재정적자를 정부가 보전해달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도 노인복지법과 관련된 법률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노인복지법에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65세 이상에 대해 수송시설 및 고궁·능원·박물관·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해 이용하게 할 수 있다.
국민연금도 현행 체제로는 2055년에 바닥을 보게 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5년 전 4차 추계 때보다 소진 시점이 2년 앞당겨졌다. 앞으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2033년부터는 만 65세부터 연금 수령 대상자라는 점에서 1990년생부터는 지급 여력이 사라질 수 있다. 이에 국민연금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급여 지출은 현재 1.7%에서 점차 증가해 2080년 처음으로 9.4%에 달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보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GDP 대비 급여지출이 2023년 1.7%에서 점차 증가해 장기적으로 9%대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정부도 연금 개혁을 준비 중이다. 최근 연금개혁 논의의 기반이 되는 5차 재정추계 결과가 공개되면서 개혁 절차가 본격화할 수 있다. 기금 고갈 시점이 2년 앞당겨짐에 따라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복지 및 연금 긴축이 향후 노인 빈곤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0년 기준 3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3.5%보다 약 3배 높다.
한 관계자는 “지하철 연령 상향은 이동권을 제한해 신체 및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줄어드는 연금 또한 상당수 노인을 빈곤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며 “공공재정 건전성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반드시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지만 노인 빈곤이라는 새로운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