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D-7…물가안정 지연에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

23일 금통위 앞두고 예상 웃돈 美 물가에 한은 '고심' 한·미 금리차 경신 우려...최종금리 상향 조정 불가피

2023-02-16     이광표 기자
물가상승률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연초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조기 종료에 대한 시장 기대가 멈칫하는 분위기다. 연준이 최고 금리 수준을 더 높고 길게 유지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면서 기준금리 결정을 일주일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다. 최근 정부 쪽에서 물가보다 경기를 더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만한 언급들이 나오면서, 한은도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로 정부에 보조를 맞출거란 전망도 있지만, 1.25%포인트(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그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 최근의 공공요금 중심 물가 상승세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0.2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작지 않다. 미 노동부는 14일(현지시각)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올랐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7개월 연속 둔화했지만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6.2%)보다 높았다. 또 전월(6.5%)에 비해선 0.1%포인트(p)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면서, 종전보다 연준이 긴축 장기화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6월까지 기준금리를 5.25%~5.50%로 인상할 가능성은 한국시간으로 15일 오전 기준 46.9%로 전날의 42.1%에서 상승했다. 즉, 6월까지 3차례 금리 결정 회의에서 연준이 모두 0.25%p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강해진 셈이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4.50~4.75%다. 반면 6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5.00~5.25%로 올릴 것이란 기대는 40.4%로 전날의 44.6%에 비해 약화됐다. 이번 물가 발표로 인해 미국 최종금리를 5.25~5.50%로 보는 시각이 강화된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3월과 5월, 6월까지 꾸준히 이어진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1월에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이 더 확산되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이달 초 발표된 고용지표에 이어 연준이 매파적 스탠스를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은 입장에선 연준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23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린다고 해도, 인상의 명분도 충분한 상황이다. 우선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25∼4.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고, 한국(3.50%)과 미국의 격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더구나 제롬 파월 의장이 "두어 번(couple)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종적으로 5.25%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으로 동결 유지하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로 커지고,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한미 금리 차가 계속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증권 시장에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자금 유출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외국인은 이미 국내 채권을 6조5000억원(52억9000만달러) 넘게 팔아치웠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 순유출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간담회에서 "미국과 금리 격차가 커질 때는 금융 안정에 대한 걱정을 고려하면서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국내 상황을 보며 금리를 결정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불씨도 아직 살아있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작년 5월(5.4%) 이후 9개월째 5%를 웃돌 뿐 아니라, 최근의 물가상승 둔화세에서 벗어나 오히려 0.2%포인트 반등했다. 앞으로도 교통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정된 만큼 한은과 정부의 기대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23일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 의견이 '3대 3'으로 갈릴 경우, 결국 이 총재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의장으로서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지만, 견해가 반으로 갈리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