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은행 과점 깨고 완전경쟁 검토”

김광수 회장 “은행 신규 진입은 당국이 고민할 문제” 당국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및 제도개선 TF’ 구성

2024-02-15     이보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시중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5대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고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이 전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금감원 임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대 은행 성과급이 1조3000억원을 넘어서면서 ‘돈 잔치’ 논란이 거세지자 은행 과점 체제의 영향으로 보고 완전 경쟁 체제로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금감원은 인가를 세분화하거나 인터넷 전문은행 확대 또는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업은 단일 인가 형태지만 인가 단위를 낮춰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들을 활성화할 경우 5대 은행처럼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과점 체제를 깰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은행업에서 인가 세분화가 도입되면 금융지주 산하의 대형 은행이 아닌 독립된 형태의 은행들이 대거 등장해 금융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 신규 진입은 정책당국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IMF 이전까지 은행권 경쟁이 심했는데 그 후 금융회사들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금융지주사 체제가 되면서 국내 은행이 전반적으로 과점 체제로 돌아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리테일(소매금융) 부분은 더 경쟁적이어야 하고 기업금융 쪽은 더 전문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거쳐 은행의 건전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기자본에 비해 리스크 테이킹을 많이 안 하는 면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전체 18개 은행의 원화 예수금 현황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점유율이 77%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예금 시장에서 각각 15~16%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의 원화대출금 또한 5대 은행의 점유율이 67%로 사실상 5대 은행이 예금, 대출 시장에서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수신 시장에 5대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도 들어와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 이슈 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 경쟁을 해야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점체제인 은행과 통신업계의 경쟁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과 금융 분야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달 중 은행권·학계·법조계·소비자 전문가로 구성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및 제도개선 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TF는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한 자릿수로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을 폭넓게 논의해 올 상반기 중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해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