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힘 합쳐 탈탄소 광폭 행보
HMM, 메탄올 추진 9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 발주
현대삼호중공업 7척·HJ중공업이 2척 건조 예정
국내 조선사들 올해 수주한 친환경 선박만 29척
한국, 해운산업 2050 탄소중립 선언
2024-02-15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바다에서도 탈탄소 시대가 열린다. 국내 해운업계와 조선업계가 힘을 합쳐 탈탄소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계 1위 HMM과 조선업계 ‘맏형’ 한국조선해양이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에 손 잡았다.
HMM은 전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조선해양 등과 9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도입하는 신조 계약 및 금융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발주한 컨테이너선은 총 9척, 1조4128억원 규모로 이 중 7척은 현대삼호중공업이 담당한다. 나머지 2척은 HJ중공업에서 건조한다.
이들 선박은 메탄올을 주연료로 하는 친환경 선박이다. 메탄올은 벙커C유 등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 황산화물(SOx)은 사실상 배출이 없으며 질소산화물(NOx)은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또 생산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도 가능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분류되고 있다.
건조된 선박들은 오는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돼 남미와 인도노선에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HMM은 한국과 미국의 해운협력 일환으로 부산항과 미국 주요 항만 간 탈탄소항로 구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한-미 녹색해운항로 동참을 위해 일부 선박은 향후 미주항로에 투입할 계획이다.
HMM에게 이번 발주는 친환경 선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 발걸음이다. 앞서 HMM은 지난해 7월 중장기 전략 발표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도 내세우며, 친환경 선대 경쟁력을 글로벌 탑티어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한국조선해양도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계속 점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조선사들이 올 들어 수주한 친환경 선박만 29척에 달하는데, 이 중 한국조선해양이 26척을 따냈다. 메탄올추진선은 19척을 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했고,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은 현대중공업(3척) 현대삼호중공업·삼성중공업(각 2척) 대우조선해양(1척) 등이 고루 가져갔다. 현대중공업은 LPG(액화석유가스)추진선 2척을 제조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8월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하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54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따내며 세계 최다 수주 실적을 보유하게 됐다. 메탄올 추진선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덴마크 선사 머스크도 한국조선해양에 메탄올 추진선 19척을 발주한 바 있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탈탄소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메탄올 추진 선박을 잇따라 수주하며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인했다”라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총력을 다해 친환경 선박 시장을 주도하겠다”라고 말했다.
바다에서의 탈탄소 물살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30년 이후 발주되는 선박에 대해 200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0%, 2050년에는 70%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환경 규제를 강화해 나가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에서 발주된 친환경 선박은 총 545척으로 1년 만에 42% 증가했고, 메탄올추진선은 지난해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량의 21%를 차지했다.
한국해운산업 역시 158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탈탄소 행보를 시작했다. 아시아 국가 처음으로 우리 정부는 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유럽과 미주노선을 운항하는 선박의 60%, 2050년까지는 외항선박 100%를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해 해운경쟁력을 강화하고 조선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