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무화된 ESG 평가…中企 협력사 고충 키운다
하청기업도 ESG 경영 의무화…2026년 본격 시행
대기업, 中企 ESG 역량 평가…“무책임한 요구에 배신감”
2023-02-16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김원빈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의무화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협력사 및 하청기업으로 존재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도 필연적으로 ESG 경영을 실현하게 됐다.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 도입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ESG경영 의무화는 EU가 오는 2024년 자동차 배터리 원료채취·제품생산 등 배터리 제조 전 과정에 탄소배출량 표기를 의무화 하는 법안을 도입하며 예고됐다. EU는 탄소국경세를 올해 시범 도입하고 2026년에는 이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도 유사한 법률이 EU를 비롯해 미국 등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대기업은 자사의 협력사에 ESG 경영 능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EU가 대기업 등 본청 뿐만 아니라, 제품에 관여된 협력사 모두에 법적 의무 준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자산기준 30대 그룹 공급망 ESG 관리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대기업 75개사 중 47개사(62.7%)가 협력사의 ESG 경영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또 협력사 ESG 평가를 시행 중인 47개사 중 31개사는 신규 등록을 희망하는 예비 협력사를 상대로도 ‘사전 ESG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ESG 경영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기업 협력사로 일할 수 없게 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2020년 협력사 지속가능성 평과 결과’에 따르면, 94개사가 중대 결격 사유 발생으로 실제로 등록 취소된 바 있다.
반면, 대기업은 자사 협력사 등 중소기업에 유의미한 ESG 경영 지원을 수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인적·재정적 능력이 대기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이 자력으로 ESG 경영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중소기업 ESG 애로조사’에 따르면, ESG 경영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중소기업은 53.3%에 달했지만, 도입환경이 ‘준비돼 있지 않다’고 응답한 기업은 89.4%에 육박했다. 또 ESG 경영을 요구한 주체 중 77.8%가 대기업으로 나타났다. 반면 평가 요구를 한 대기업 등 거래처의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83.4%에 달했다.
대기업이 협력사의 ESG 경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빼먹을 것 빼먹고 부담되니 버린다’는 토로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협력사로 그간 함께 일해온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신감’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ESG 경영 지원을 위해 △대기업 차원의 ESG 전문 인력 투입 △ESG 지원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ESG 경영 애로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이 전문 인력의 부족인 점에 착안해 대기업이 인력 파견, 상주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완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또 중소기업 지원이 그저 ‘봉사’라는 생각을 버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기업 자사의 안정적 생산 능력과 ESG 경영에 보탬이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